쏘카, '운전교육용' 차량 서비스 확대차량 조수석에 보조 브레이크 장착지난 22일 파주, 임진각 부근서 체험브레이크 존재만으로 멘토, 멘티 모두 안정감 느껴
-
- ▲ 이번에 체험한 쏘카 운전교육용 차량 모습. ⓒ김재홍 기자
“‘장롱면허’는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오래됐지만 실제로 운전을 거의 하지 않아 실력이 부족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면허증이 장롱(옷장)에 보관된 채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뜻에서 나온 표현입니다.”ChatGPT에 장롱면허에 대한 의미를 물어보니 답변한 내용이다. 장롱면허 상태에서 운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건 심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면허 소지자의 64%는 오랜 기간 운전 경험 없이 장롱면허 상태로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기에는 심적인 부담감, 두려움이 있어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
- ▲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차량 내부 모습. ⓒ김재홍 기자
장롱면허 탈출을 위해서는 경찰청에 등록된 전문 운전연수업체, 이른바 운전학원에서 주행연수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 이같은 점을 감안해 카셰어링 업체를 비롯해 렌터카, 자동차 제조사들이 초보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쏘카는 지난해 12월, 장롱면허 보유자들을 타깃으로 한 운전교육용 차량을 고양시에 시범 도입한 후 확대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기아 경차인 ‘레이’ 차량 조수석에 보조 브레이크를 장착해 동승자가 비상시 차량을 즉시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초보운전자들의 운전 부담을 줄이고 젊은 세대들의 선호도를 감안해 레이에만 운전교육용 차량이 배정했다는 설명이다. -
- ▲ 해당 차량을 이용하려면 [운전교육용] 차량을 선택해야 한다. ⓒ쏘카앱 캡쳐
운전연수용 차량은 초보운전자(멘티)와 면허 2년 이상의 동승자(멘토)가 함께 탑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과거 자동차 담당 기자를 6년가량 했던 기자는 멘티를 섭외해 이달 22일 직접 해당 차량을 경험했다.이 차량을 선택하려면 쏘카 앱에서 일반 레이 차량이 아니라 ‘[운전교육용] 더뉴레이’를 골라야 한다.또한 다른 모델과 달리 운전교육용 차량은 차량손해면책상품 옵션에서 ‘자기부담금 최대 30만원’만 고를 수 있다. 보조 브레이크가 있는 특수 차량이다보니 다른 차량에 비해 대여 비용은 높은 편이다.한적한 곳에서 운전연수를 할만한 장소를 물색했는데, 고양 또는 파주 부근이 좋다는 추천이 있어 ‘헤이리 예술마을’ 또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목적지로 낙점했다. -
- ▲ 조수석에 있는 브레이크 모습. ⓒ김재홍 기자
쏘카존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발견했고 탑승했다. 자동차 담당기자 시절, 현대자동차 ‘캐스퍼’나 한국GM의 ‘스파크’를 시승해본 적은 있었지만 이상하게 레이하고는 인연이 닿지 않아서 더욱 기대감이 컸다.우선 ‘KIA’ 기존 엠블럼에서 차량이 예전 모델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공조장치 다이얼 등 차량 곳곳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주행하기 전 시트를 조절할 때 최신 신차에 있는 전동식 버튼이 아니라 직접 레버를 당겨야 했다. 게다가 사이드 브레이크도 버튼을 누르거나 레버를 당기는 게 아니라 페달을 밟아야 했다. -
- ▲ 조수석에 앉아서 주행을 가르치려니 긴장감이 커졌다. ⓒ김재홍 기자
다만 차량 외부는 물론 내부는 깔끔했다. 카셰어링 초창기에는 일부 사용자들이 흡연을 하거나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사례들이 간혹 있었는데 이런 문제점들은 현재 거의 사라졌다고 판단된다.일단 목적지까지 직접 주행을 한 후 좌석을 바꾸기로 했다. 자유로에 들어서자 확실히 이 차량이 ‘경차’라는 게 확연하게 체감됐다. 고속 주행을 힘겨워하기 시작했으며, 소음이 크게 들렸다.이번 체험이 고속주행에 주안점을 둔 게 아니기 때문에 1차선에서 3차선으로 옮기면서 속도를 낮췄다.파주에 있는 헤이리 예술마을에 도착했는데 봄 날씨가 완연해서 그런지 주차장에 차량들로 가득했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으로 옮겼는데 점심 시간대와 겹쳐서 그런지 예상보다 여유공간이 없었다. -
- ▲ 운전교육용 차량의 경우 차량손해면책상품은 1개만 고를 수 있다. ⓒ쏘카앱 캡쳐
동승자와 자리를 바꿔 조수석에 착석했다. 중앙 부분에 브레이크 페달이 있었는데 내가 마치 운전학원 강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수석 브레이크 감도는 운전석 브레이크보다 뻑뻑하게 느껴졌다.동승자에게 기어 변속을 알려주고 D로 변속하자 서서히 긴장감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갑자기 뛰어들 수 있어서 주변을 살펴본 후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라고 했다.조수석에 브레이크가 있다는 건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동승자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롱면허인 동승자도 주행에 적응해야 했지만 조수석에 있는 기자도 처음 해보는 상황에 적응해야 했다. -
- ▲ 직접 조수석 브레이크 페달을 눌러봤다. ⓒ김재홍 기자
그래도 페달을 몇 번 눌러보니까 브레이크 페달을 어떻게 컨트롤 해야할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평화누리공원 주차장을 크게 몇 번 돌기도 했고 A열을 가로질러서 가보기도 하고 전기차 충전기 부근에서 후진을 해보는 등 다양하게 경험했다.전반적으로 조수석에 브레이크가 있다는 건 멘토, 멘티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요소였다.개인적으로는 운전학원에서 전문 강사에게 연수를 받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되지만 친한 사람한테 배우는 걸 선호하는 스타일한테는 이런 운전연습용 차량도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된다. -
- ▲ 쏘카존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 모습. ⓒ김재홍 기자
특히 봄철을 맞아 드라이브를 하면서 멘토가 주행 시범을 보이고 안전한 공간에서 멘티가 운전하면서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한편, 쏘카는 기존 고양시에서 시범 운영되던 운전교육용 차량 서비스를 올해 들어 서울 신림역, 합정역, 서울숲역, 몽촌토성역, 종각역 등으로 확대했다. 향후에는 경기 지역으로도 운영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쏘카 관계자는 “초보운전자가 안전하고 부담 없이 운전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이번 서비스를 마련했다”면서 “안전운전 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 ▲ 차량의 측면부 모습. ⓒ김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