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가속화 … 인력 감축·점포 철수 확산매각·투자도 불똥될까 우려도잿빛 경제 전망에 "더 큰 위기 온다" 목소리
-
- ▲ 홈플러스 ⓒ연합뉴스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유동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 속에서 전통 유통업체들이 겪고 있는 경영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티메프(티몬·위메프)의 법정관리 신청에 이어 홈플러스까지 위기에 놓이면서 업계 전반의 유동성 불안까지 더욱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그로 인해 대형마트를 비롯한 많은 업체들은 매장 축소, 인력 감축 등의 방법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섰다.
지난해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사적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커머스 SSG닷컴과 G마켓도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롯데온과 11번가 역시 잇따라 감원을 단행했다.
매장 축소와 운영 효율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 이전부터 300여 개 매장을 140개 수준으로 축소하며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전국 31개 점포 중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거나 추가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4월부터 잠실 월드타워점 영업시간을 단축하며 운영 최적화에 나섰다. 패션업계에서도 사업 재편이 본격화됐다. 한세엠케이, 뮬라 등은 연초부터 적자 사업 부문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유통업 위기가 심화되면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11번가와 티몬도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11번가는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뒤 재무적 투자자(FI) 주도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티메프 사태 이후 협상이 답보 상태에 있다.
홈플러스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도 난항을 겪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6월부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시장에 내놨지만 반년 넘게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도 피자나라치킨공주, 명륜진사갈비, 노랑통닭 등이 현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와 홈플러스 사태 이후 유통업 관련 신규 투자, 매각, 등이 모두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 ▲ ⓒ한세엠케이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사태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유통업 전반의 재편을 앞당기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효율적인 사업을 정리하고 체질 개선을 할 기회라고 평가하지만 대다수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 침체로 인해 유통업계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올해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 이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당장 올해 1월 재화 소비의 정도를 보여주는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2.6%), 화장품 등 비내구재(-0.5%) 등의 판매 감소가 원인이다.
1월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 등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0.8% 줄었고 1월 온라인 쇼핑액 역시 4.4%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내수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온라인 쇼핑액은 소비 활력을 따져볼 수 있는 지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역시 77로 지난해 2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R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 회복을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는 뜻이다. 업태별로도 백화점(91→85), 대형마트(90→85), 슈퍼마켓(81→76), 편의점(74→73) 모두 기대감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예고로 인해 고환율 기조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내려잡고 있다. 한은도 지난달 25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 글로벌 변수도 유통업체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형 업체뿐만 아니라 중소 유통업체들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