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전 상무 측 주주제안 없어2021년 이후 4년 만 '조카의 난' 끝사외이사 4인·이사 보수한도도 '승인'"위기 관리 위해 내실경영 강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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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가 25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의 4년간 지속돼온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의 이사회 안정화를 시작으로 대내외 위기에 대비해 내실 다지기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25일 오전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개최된 금호석유화학 제48회 정기주총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매끄럽게 진행,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조카의 난’을 일으켰던 박철완 전 상무 측은 올해 주총에 주주제안을 제출하지 않고 의결권도 행사하지 않으며 별다른 이슈 없이 무난한 주총이 진행됐다.이날 주총에선 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비롯해 ▲사내이사 박준경 선임의 건 ▲사외이사(박상수·권태균·이지윤·민세진)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박상수)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65억원) 승인의 건 등 5개 의안이 상정됐고 모두 원안 가결됐다.업계에서는 사실상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이 종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그룹 3대 회장인 고(故)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자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조카인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9.5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2021년 이후 경영권 분쟁을 이어왔다.박 전 상무는 2021년 박찬구 회장과의 특수관계 해소를 공시하고, 주주권리 행사를 선언하며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열었다. 2020년 당시 박 회장의 아들 박준경 상무만 전무로 승진하면서 후계 구도에서 소외감을 느낀 것이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2021년 3월 주총서 박 전 상무는 사내이사 선임, 배당 확대, 이사회 개혁 등을 제안했으나 박찬구 회장 측이 표 대결에서 압승하며 모든 안건이 부결됐다. 이후 금호석유화학은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박 전 상무를 상무직에서 해임했다.박 전 상무는 세 누나에게 각각 15만2400주를 증여하며 우군 확보에 나섰고 경영권 분쟁의 장기전을 예고했다. 이후 2022년 주총서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주장하며 두 번째 표대결을 벌였지만, 박찬구 회장 측이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의 지지를 얻으며 승리했다.박 전 상무는 지난해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공동보유 계약을 맺고, 자사주 18% 소각을 요구하며 세 번째 주주제안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난해 주총에서도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자사주 소각 및 이사 선임 안이 모두 부결되며 박 전 상무 측의 세 번째 도전도 실패로 끝났다.올 들어 박 전 상무의 누나들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일부 매각하고, 차파트너스가 박 전 상무와의 공동보유 계약을 해지하며 분쟁 동력은 더욱 약화했다. 최종적으로 박 전 상무 측이 주주제안을 하지 않으며, 4년간 이어져 온 ‘조카의 난’도 마무리됐다.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주총서 박준경 사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 박 사장 체제의 경영 구도를 굳건히 하게 됐다. 기존 사내이사인 백종훈 대표이사와 기존 사외이사인 최도성·이정미 이사, 사외이사로 재선임된 박상수·권태균·이지윤 이사와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된 민세진 이사 등 안정화된 이사진을 바탕으로 내실경영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백종훈 대표는 주총 인사말을 통해 “2025년은 더욱 험난한 환경 속에서 우리의 도약을 준비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 과잉 지속,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인한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 등은 우리 석유화학 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시험하는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그러면서 “금호석유화학은 이에 굴하지 않고, ‘Act Ahead’라는 경영방침 아래,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며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금호석유화학은 ‘위기 관리를 위한 내실 경영 강화’, ‘3대 성장 사업 중심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실행 과제로 내걸었다. 기존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지역별, 제품별 맞춤 전략을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백 대표는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 강화, 바이오/지속가능소재 확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 가속화를 통해 신성장동력 확보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우선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되,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