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6년 석유화학 안정 성장 계획 발표노후설비 업그레이드·고부가가치 전환 골자中 정부, 막대한 자금지원 … 기술 추격 불가피
  •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롯데케미칼
    중국은 2025~2026년 동안 석유화학·화학 산업의 부가가치를 연평균 5%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과잉 공급 에틸렌과 p-자일렌 등의 신규 생산능력을 조정하는 동시에 노후 설비 업그레이드를 통한 고부가가치 전환이 골자다. 아직 구조조정의 첫걸음도 떼지 못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이러한 중국의 전략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업정보화부, 생태환경부, 응급관리부, 중국인민은행 등 7개 부처가 공동으로 '석유화학공업의 안정적 성장 작업 계획(2025-2026년)'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계획 발표의 배경으로 그동안 정유, 에틸렌, 합성수지 등 20여 종의 기초 화학제품 생산능력이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산업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지만 현재 산업은 기초 유기 원료 시장 경쟁 심화, 고급 정밀화학 제품 공급 부족, 국내 수요 증가세 둔화,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석유화학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5대 핵심 영역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 확대(전자화학품·고급 폴리올레핀 등 핵심 품목 개발 가속화) △ ‘AI+석유화학’ 등 기술 혁신 △내수 확대와 해외 시장 개척 △화학공단과 산업 클러스터의 고급화·품질 개선 △정책·금융 지원을 통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처럼 중국이 고부가치 전환에 속도를 낼 경우,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범용 제품에 이어 스페셜티까지 중국에 추격 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쟁이 한층 심화되어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의류 등에 쓰이는 범용 섬유 제품을 중국에 많이 수출했다”며 “당시 중국은 촉감이나 신축성 같은 섬세한 기술을 구현하지 못해 우리가 기술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아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국내 기업이 시장 우위를 지키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업계 전반이 범용 제품보다는 중국이 아직 따라오기 어려운 기능성·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석화 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 상황에서 중국이 고부가 제품까지 내놓고 있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격차를 유지할 신기술·신제품 개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월 19일 울산 남구 석유화학산업단지에서 열린 ‘울산 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산업부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월 19일 울산 남구 석유화학산업단지에서 열린 ‘울산 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산업부
    한국도 정부가 지난 8월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방향’을 통해 △과잉설비인 NCC 270만~370만t 감축 및 스페셜티·친환경 제품 전환 △재무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충격 최소화 등을 3대 축으로 내세웠다.

    이어 9월 김정관 산업부 장관 울산산단을 찾아 SK지오센트릭, S-OIL, 대한유화와 간담회를 갖은 이후 현장을 방문해 생산·안전관리 현황을 점검하며 “설비 합리화와 고부가 제품 전환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국내 석유화학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 속도전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NCC통·폐합 합의를 기업들 자율에 맡게 놓고 있는 만큼 논의는 진행 중이지만 지지부진하게 흐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울산, 대산, 여수 등 산단별로 NCC 감축 할당량을 정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 윤곽은 내달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금융권도 석유화학 기업들의 산업재편 과정에서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는 10월 중 협의 내용을 반영한 중간 단계 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고, 이후 각 산단별 상황과 기업별 자구 노력 정도에 맞춘 맞춤형 지원 논의를 통해 연말까지 구조조정 밑그림을 완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