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토허제 해제가능성 거론…내년 선거전 조정 무게해제시 정책 신뢰도 흔들릴수도…무리한 규제 자인하는 꼴선거 앞두고 규제지역 유지도 부담…노도강 주민 단체행동
  •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정치권과 관가 안팎에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다만 정부와 여당으로선 토허제를 풀기도, 유지하기도 애매한 외통수에 몰린 형국이다. 규제지역을 해제할 경우 정책 신뢰도 저하가 불가피하고, 반대로 유지할 경우 서울외곽 등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져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토허제 해제 논의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토허제를 길게 끌고 갈 수 없고 임시 조치"라며 "대전제는 탄탄한 공급대책을 약속대로 마련하고, 시장이 차분해지면 리뷰해서 종합적으로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10·15부동산대책' 무효소송을 이끌고 있는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파악하기로 토허제 해제지역 범위에 관한 내부검토 및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라인에서도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일부지역 해제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비공개 회동을 갖고 서울 부동산시장 안정과 도심 주택공급 등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등 규제지역 조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국토부는 "토허구역 해제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토부 측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토허제 해제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 주택 추가공급대책 발표후 집값 변동 추이를 지켜본 뒤 내년 지방선거 전 정부가 토허제 해제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며 "빠르면 연초에 해제구역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매물게시판.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매물게시판. ⓒ뉴데일리DB
    다만 정부가 토허제를 해제하든, 유지하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토허제를 해제할 경우 대상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정책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와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정책 핵심 안건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정책 혼선을 빚은바 있다.

    이런 가운데 토허구역 일부를 다시 해제할 경우 꼼꼼한 정책설계 없이 규제지역을 무리하게 확장했음을 정부가 자인한 꼴이 될 수 있다는게 업계 지적이다.

    더욱이 정책신뢰도가 저하될 경우 추후 정부의 추가 부동산정책도 '약발'이 먹혀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토허구역을 유지하는 것도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지역에선 집값 상승률이 크지 않음에도 강남 수준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며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원구에선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노원미래도시정비사업추진단은 지난달 14일 노원구 곳곳에 규제지역 해제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지난해 출범한 추진단은 노도강 일대 정비사업 관련 단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갖춘 비영리 조직이다.

    지난 10월22일엔 서울내 15개 자치구 구청장들이 '10·15부동산대책에 대한 자치구 공동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일방적·포괄적 규제는 지방자치 근간을 훼손하고 주민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정부 정책에 반발해 자치구가 단체행동에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내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규제지역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정부나 여당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애초에 풍선효과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서울 전체를 무리하게 규제지역으로 묶은게 패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