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식품 기업 '메이플 리프 푸즈(Maple Leaf Foods)', 미국 관세에 맞선 브랜드 광고 선봬"우리 제품이 아닐지라도"… 캐나다산 제품 구매 촉구하며 미국 관세에 반격노 픽스드 어드레스(No Fixed Address) 대행
  • "장 볼 때, 단풍잎을 찾으세요. 꼭 우리 제품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으로 전 세계 경제가 들썩이는 가운데, 한 캐나다 브랜드가 이에 맞서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의 식품 기업 '메이플 리프 푸즈'(Maple Leaf Foods)는 캐나다산 제품 구매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 캠페인 'Look For The Leaf(단풍잎을 찾으세요)'를 선보였다.

    이 캠페인은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으로 인해 캐나다 내에서 'Buy Canadian(캐나다산을 사자)' 운동이 일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인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캐나다산 브랜드를 구매하도록 장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

    광고가 전하는 바는 매우 단순하다. "다음에 장을 볼 때, 단풍잎을 찾으세요"라는 메시지로 시작하는 영상 광고는 캐나다의 상징인 단풍잎이 그려진 다양한 식품 브랜드들을 모두 보여준 뒤, 마지막 장면에 '메이플 리프 푸즈'의 단풍잎 로고를 강조하며 "꼭 우리 제품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라는 핵심 메시지를 전한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상관 없이 의식적으로 단풍잎 로고를 보고 캐나다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데어(Dare), 게이리어(Gay-Lea), 챕맨스(Chapman’s), 닐 브라더스(Neal Brothers), 서머 프레쉬(Summer Fresh) 등 '메이플 리프 푸즈'의 경쟁 브랜드 15개를 모두 보여준다. 이 브랜드들은 모두 캐나다산 브랜드로, 빨간색 단풍잎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메이플 리프 푸즈'는 미국의 관세 위협에 맞서기 위해 경쟁 브랜드들을 과감하게 자사 광고에 노출시킨 것이다.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두고 다퉈야만 하는 동종 브랜드의 특성상, 주로 경쟁 브랜드들을 놀리거나 깎아 내리기 위해 광고에 등장시킨 사례는 많지만 '메이플 리프 푸즈'처럼 공동의 목적을 위해 경쟁사들을 긍정적 이미지로 자사 광고에 노출시킨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캠페인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노 픽스드 어드레스(No Fixed Address)가 대행했다.
  • ▲ 메이플 리프 푸즈의 'Look for the leaf' 캠페인. ©Maple Leaf Foods
    ▲ 메이플 리프 푸즈의 'Look for the leaf' 캠페인. ©Maple Leaf Foods
    제이미 마르코비치(Jamie Marcovitch) 노 픽스드 어드레스의 제작전문임원(Executive Creative Director, ECD)는 "이 캠페인의 아이디어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어떤 제품이 캐나다산인지 식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며 "메이플 리프 푸즈는 더 많은 브랜드들이 이에 동참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에서 생산된 제품이 있고, 캐나다인이 소유한 기업의 제품이 있고, 캐나다에서 포장된 제품이 있다. 어떤 제품이 진짜 캐나다산인지 식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메이플 리프 푸즈가 이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다르시 핀리(D’Arcy Finley) 메이플 리프 푸즈 부사장은 "(미국의 상호 관세 정책으로 인해) 캐나다는 전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캐나다의 유산을 상기시키는 것 이상의 더 큰 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사람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고, 상점의 진열대에서 캐나다산 브랜드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유용성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 ▲ 메이플 리프 푸즈의 'Look for the leaf' 캠페인. ©Maple Leaf Foods
    ▲ 메이플 리프 푸즈의 'Look for the leaf' 캠페인. ©Maple Leaf Foods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를 대상으로 관세 압박을 가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캐나다 내 반미 감정이 증폭되고 있다. 캐나다 식료품점은 소비자들에게 캐나다산 제품을 구매하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캐나다 소비자들은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7일부터 10일까지 캐나다 주민 1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시장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60% 이상이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쇼핑을 할 때 미국산 제품을 덜 구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캐나다 거주자들의 미국 관광도 대폭 줄고 있다. 캐나다 연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캐나다 거주자의 항공편을 이용한 미국행 여행은 전년 동기보다 13% 감소했으며 캐나다 거주자가 육로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귀국하는 여행은 같은 기간 2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메이플 리프 푸즈'는 브랜드나 제품이 아닌, 캐나다인의 애국심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과감한 크리에이티비티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경쟁 브랜드들을 모두 광고에 포함시켜 경쟁 구도를 허물고 '캐나다산 브랜드'라는 한 팀으로 묶은 것은 물론, "꼭 우리 제품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캐나다인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또한 캐나다 내 반미 정서가 고조되는 시점에 맞춰 발 빠르게 소비자 정서를 반영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캐나다산 제품을 구매하는 행동을 캐나다를 위한 하나의 사회적 움직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캠페인은 단순히 브랜드의 단기적인 매출 성장을 이끄는 것을 넘어, '메이플 리프 푸즈 = 캐나다를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강한 인식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 ▲ 메이플 리프 푸즈의 'Look for the leaf' 캠페인. ©Maple Leaf Foods
    ▲ 메이플 리프 푸즈의 'Look for the leaf' 캠페인. ©Maple Leaf Foods
  • ▲ 메이플 리프 푸즈의 'Look for the leaf' 캠페인. ©Maple Leaf Foods
    ▲ 메이플 리프 푸즈의 'Look for the leaf' 캠페인. ©Maple Leaf Foo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