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입점 셀러 "억대 물려 생계 막막"발란 이번 주 인수합병(M&A) 매각사 선정 예정유통업계 전반 적자 심화 … 재편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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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명품 유통 플랫폼 발란이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위메프와 홈플러스에 이어 발란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유통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발란은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이와 함께 인수합병(M&A)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이번 주중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올해 1분기 내 계획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며 "파트너들(입점사)의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발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회생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에 외부 인수자를 유치,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해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높일 것"이라며 "인수자 유치로 파트너들의 상거래 채권도 신속하게 변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정산 지연 사태가 발란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설립된 발란은 2020∼2023년 4년간의 누적 영업손실액은 72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적지 않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지난 2023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발란의 기업회생절차 소식에 입점 셀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일부 입점 셀러들은 최 대표를 상대로 사기·횡령 혐의로 형사 고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발란의 입점 업체수는 1300여개로 월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원이다. 발란의 미정산 규모는 130억원대로 추정된다.   

    한 셀러는 "발란 주소지인 강남경찰서 앞에 여러 명이 모여 신고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셀러는 "억대 물려 현재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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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란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도 지난 4일부터 법정관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7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하자 홈플러스 측은 이를 예상치 못한 등급 강등이라고 밝히며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납품업체들도 지난해 발생한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납품 물량을 축소하거나 중단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발란과 홈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닌 온·오프라인을 포함한 유통업체들이 직면한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쇼핑 채널인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수익성은 하락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1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홈플러스는 2023 회계연도에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롯데마트의 영업이익도 25.5% 감소한 650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던 백화점 업계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5대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의 68개 점포 총 매출은 39조8003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커머스 업계도 쿠팡을 제외하고는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되며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이커머스 기업들의 영업손실 규모는 11번가 754억원, SSG닷컴 727억원, 롯데온 685억원, G마켓 674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 침체로 인해 유통업계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5년 유통산업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소매시장 성장률은 0.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성장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소비심리 위축(63.8%)과 고물가(47.7%)가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역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 부진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