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스피 8개월째 순매도…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록수급 개선 기대에도 '팔자'…관세·정치 불확실성 발목"악재 산적…단기적 '바이코리아' 가능성 낮지만 저평가 매력 부각"
  • 공매도가 5년 만에 전면 재개된 첫날, 외국인들은 대거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공매도 재개 시 외국인 수급 개선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지만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트럼프발(發) 관세 악재에 '팔자'세는 이어지고 있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악재가 산적한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불확실성 해소 시 코스피의 낮은 밸류에이션에 따른 수급 개선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1일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1조5754억원어치, 코스닥에서 214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로써 코스피에서 외국인 매도세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2007년 6월~2008년 4월(11개월 연속) 이후 최장 기록이다.

    공매도 재개 첫날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78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650억원 공매도 거래에 나섰다.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89.3%에 이르렀다. 

    금지 직전 거래일인 2023년 11월 3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772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조원 가까이 늘었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시장에선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외국인이 대거 매도세에 나선 것이다.

    이는 공매도 재개 여파보단 오는 2일로 예정된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등 관세 정책 강화와 국내 정치 불안 영향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 관세와 관련해 거의 모든 국가에 최대 20%까지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발언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또한 국내에선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악재와 변수들이 몰려있는 구간으로 진입하다 보니 속절 없이 흘러내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매도, 관세 등 변수들의 속성이 그 자체로도 부담이 크고 시장에서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기 어려워 매물 압박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개선에 따른 증시 반등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국 관세 정책과 국내 정치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 외에도 1·4분기 실적 시즌,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귀환이 당분간 쉽지 않다는 평가다.

    김용구 연구원은 "1·4분기 실적 발표와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및 재무부 환율 보고서 등을 예상했을 때 전반적인 분위기는 증시에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당분간 반등이 나오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는 하단이 열려 있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면서 "약세 압력을 높일 요인이 많아서 충격을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 현재 코스피가 전일 대비 0.90% 상승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1104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이달 첫 거래일도 '팔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공매도 재개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한국 시장의 저평가 매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코스피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저점 수준인 PBR(주가순자산비율) 0.9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비중이 30~35%였는데, 최근 코스피에서 외국인 비중이 32% 남짓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현재 지수 수준에선 매도보다 외국인 투자 확대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는 평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불확실성이 잦아들면 외국인 복귀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낮은 코스피 밸류에이션과 가격 메리트를 감안할 때 공매도 재개시 수급 변화에 의한 단기 등락은 있겠지만 외국인 순매수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레벨업을 시도할 것"이라면서 "규제 당국의 감시가 더욱 강화된 만큼 장기적으로 보면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참여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