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 복구 모금, 현대백화점 클릭 몇 번으로 1억 달성네이버·카카오도 역대 최대 기부액 … 심리적 장벽 낮아져미닝아웃 시대 … "기업이 만든 쉬운 기부가 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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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부를 하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최근 경북·울산 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불을 보며 많은 사람이 이런 고민을 했을 것이다. 뉴스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뭔가 돕고 싶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막막했다. 어느 단체를 통해야 할지,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등 이런 고민 속에서 선뜻 결제 버튼을 누르듯 기부를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소비는 다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 없이 결제한다. 커피 한 잔, 점심 한 끼, 온라인 쇼핑. 너무나 익숙한 이 소비 행위 안에 자연스럽게 기부를 녹여 넣을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현대백화점이 보여줬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6일 경북·울산 지역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긴급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했고 단 하루 만에 1만명이 참여해 목표 금액 1억원을 조기에 달성했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단순한 모금이 아니다. 기업이 소비자와 기부를 연결하는 창구가 됐다는 점이다.

    현대백화점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자사 모바일 플랫폼 H포인트 앱에서 기부 코너를 운영하며 소비자들이 포인트를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청각장애 아동 수술비 지원, 나무 심기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과 연결되는 구조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사고 포인트를 쌓고 자연스럽게 기부에 참여한다. 쇼핑몰이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의 거점이 된 것이다.

    이런 흐름은 현대백화점만의 일이 아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온라인 기부 플랫폼을 운영하며 이번 산불 피해 복구 모금에서 역대 최대 기부액을 기록했다. 클릭 몇 번으로 기부가 가능해지자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방법이 간단해지니 기부의 심리적 장벽도 낮아진 것이다.

    사실 소비자들은 이미 변했다. 미닝아웃(Meaning out), 즉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소비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됐다. 사람들은 착한 브랜드를 찾고 윤리적 소비를 지향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작 기부는 여전히 어렵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이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소비자는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선행을 실천할 수 있고 기업은 단순한 판매자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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