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불확실성 지수 75로 하락 … 4분기 연속 하락세 티메프·홈플러스·발란 등 법정관리 신청 … 매장 철수·인력 구조조정 가속화경기 침체 고환율 등 대내외 리스크 확대 … "기업, 적극적인 대응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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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플러스 ⓒ연합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유통업계가 벼랑 끝에 서 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홈플러스, 발란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매장 철수, 인력 구조조정, 매각 등 생존을 위한 강도 높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발 고관세 정책으로 고환율과, 규제 강화 등 외부 변수는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유통업계는 급변하는 소비 지형과 대외 리스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전환의 시점을 맞고 있다. [편집자주]경기 둔화, 고환율·고관세, 소비심리 위축 등 복합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며 유통업계에 퍼펙트스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와 홈플러스에 이어 최근 발란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위기감은 한층 고조됐다. 내수 중심의 유통업은 직격탄을 맞았고 소비시장 부진은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복합 위기 상황에서 유통업계가 장기 불황을 극복하려면 혁신적 대응과 빠른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온라인쇼핑 등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75로 집계됐다. 1분기(77) 대비 2포인트(P) 하락한 수치로 지난해 2분기(85) 이후 4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RBSI는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경기 낙관, 100 미만이면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업태별로 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각각 85에서 73으로 크게 하락했고 편의점도 73에서 71로 떨어졌다. 그간 성장세를 이어가던 온라인쇼핑(74→76)과 슈퍼마켓(76→77)도 상승 폭은 미미했다.
대한상의는 유통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통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사업 철수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주요 유통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마트, 롯데쇼핑, GS리테일 등은 잇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직원 수를 줄이고 있다. 2011년 제정된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출점 규제,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 각종 규제도 여전히 유통업계를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프라인 매장 폐점도 잇따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월 부산점을 폐점했고 롯데면세점은 롯데월드타워점 면적을 30% 줄였으며 부산점도 1개 층으로 축소했다. 현대면세점은 오는 7월 동대문점을 닫고 삼성동 무역센터점도 층수를 줄인다. 애경산업, KFC코리아, 노랑푸드 등이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 달러 ⓒ뉴데일리DB
고환율은 수출 기업에는 단기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장기화하면 원가 상승, 수요 위축, 물류비 증가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업계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국내 식품기업들의 연간 세후이익은 최대 100억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C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공략이 더욱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의 지난해 국내 결제액은 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급증했다.
유통업계는 소비시장 회복 시점을 내년 이후로 보고 있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절반(49.8%)이 2026년 이후 회복을 전망했으며 2027년(11.2%), 2028년 이후(16.0%)로 보는 기업도 적지 않아 소비 부진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고환율, 고관세 등 외부 악재까지 겹치면서 올해 유통업계는 극심한 버티기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일정 부분 해소됐지만, 소비시장 침체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대규모 할인 행사 등 단기 소비진작책과 함께 불황에 강한 비즈니스모델 혁신, 차별화된 상품 개발 등 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