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모임 "금융당국, 조율과 판단의 중심서 갈등 풀어줄 주체"보험사, 계약이전에 대한 부담 커 … MG손보 킥스비율 3.45% 불과계약자 "감액이전 현실화될 경우 중소형 보험사 가입자는 사각지대에 놓여"
  • ▲ MG손해보험 계약자모임이 16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뉴데일리 박정연 기자
    ▲ MG손해보험 계약자모임이 16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뉴데일리 박정연 기자
    MG손해보험 매각이 무산되면서 금융당국이 처리 방안을 고심 중인 가운데 계약자들은 '계약이전'을 통한 보장 유지 방안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계약이전은 MG손보의 보험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넘겨 기존 계약 조건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가입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감액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계약들의 보장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는 침묵할 수 없어" … MG손보 계약자들 거리로

    MG손해보험 계약자모임은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과 MG손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당국에 가입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경문 계약자모임 대표는 "저희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계약 조건이 바뀌지 않은 채로 안전하게 유지되는 것"이라며 "유리한 조건을 따지거나 특별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지켜온 보험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MG손보, 노조, 설계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더는 침묵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지켜온 일상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계약자모임 측은 실효 위험과 해지 유도 등 현장에서의 혼란도 지적했다. 민 대표는 "많은 가입자들이 계약 해지를 권유받거나 정보 부족 속에 실효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며 "특히 유병자, 고령자, 무해지환급형 보험 등은 재가입이 어려운 구조인 만큼, 이번 사태는 단순한 계약 종료가 아닌 실질적 보장 단절이자 생계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조율과 판단의 중심에 서서 이 갈등을 풀어줄 주체가 돼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MG손보 가입자들이 제기한 'MG손해보험 청산·파산 등으로 인한 가입 고객 피해 구제' 청원은 전날 오후 기준 2만4147명이 동의했다. 국민동의청원이 30일 안에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관련 위원회가 본회의 부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계약이전'도 방안으로 떠올라 … 업계 "인수 부담 크다"

    당초 당국은 제3자 매각, 청·파산, 계약이전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논의해왔다. 그러나 메리츠화재의 인수 철회 이후 매각 가능성이 사라졌고, 완전 청산의 경우 124만명에 달하는 보험계약자들의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계약이전'을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계약이전은 보험사의 기존 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넘겨 보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가입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당국은 최근 주요 손보사(삼성화재·DB손보·KB손보·현대해상·메리츠화재) 임직원들과 두 차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보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MG손보의 계약 포트폴리오가 장기보험상품 위주로 구성돼 있어 수익성과 건전성에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구조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계약을 떠안을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MG손보는 지난해 14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적자 폭이 596억원 확대됐다. 같은 기간 자본은 –1254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며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3.45%로 지난해 말보다 60.6%포인트 하락해 사실상 보험금 지급 능력이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감액이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감액이전은 기존 계약을 타 보험사에 넘기되 보험금이나 보장 범위를 일부 축소해 인수사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일반화된 구조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적용 사례가 없다.

    가입자들은 보장 축소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MG손보 가입자는 "감액이전이 현실화되면 중소형 보험사에 가입한 소비자는 사실상 보장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며 "그럴 바엔 이전 자체가 의미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결정이 지연되면서 가입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예금자보호법 상 환급 가능 금액은 최대 5000만원으로 이를 초과하는 보험금에 대해서는 손실 발생 가능성이 크다.

    당국 관계자는 "청산, 계약이전, 제3자 인수 등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