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30일 정례회의서 우리금융 보험사 최종 승인 논의김남구 한국금융 회장 "보험사 인수 신중히 검토 중롯데손보, 매각 실패로 상시 매각 체제 전환 … 재무건전성 우려MG손보, 메리츠화재 우선협 지위 포기 … 계약이전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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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잠했던 보험사 M&A(인수합병)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에 대해 조건부 승인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한국투자금융지주은 생보사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금융지주 중심의 인수전에 다시금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손보사 매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 시장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매각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조건부 승인 '유력' … 한국금융 "보험사 인수 검토 중"

    금융위원회는 오는 24일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심의하는 3차 안건소위원회를 열고 30일 정례회의에서 최종 승인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앞서 "자회사 편입 승인 여부 및 결정 시기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업계에선 이르면 이번 달 중 조건부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기가 다소 미뤄지더라도 늦어도 다음 달 초에 결론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우리금융은 당국의 인가만 남은 상태다. 금감원 정기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을 받아야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을 수 있으나 최근 우리금융은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 통보를 받았다.

    원칙적으로는 승인 요건에 미달되지만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 조건을 충족할 경우 금융위는 예외적으로 승인을 내릴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선 경영 건전성 개선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통해 우리금융은 두 보험사의 자회사 편입 후 합병을 통해 비은행권의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생보사 M&A에 나선 금융지주는 우리금융뿐만이 아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도 보험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보험사 인수를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이라며 "그간 보험업을 해본 적 없었기 때문에 검토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은 현재 한국투자증권, 저축은행, 캐피탈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나 보험사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이 지주 전체 순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증권업에 편중된 구조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보험사 인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은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인수를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동양생명만 자회사로 남기고, ABL생명은 한국금융지주 등에 재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BL생명은 저축성 보험 비중이 높고 결손금도 누적돼 있어 책임준비금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사례도 있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 2013년 NH농협지주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우리자산운용·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을 '패키지 딜'로 성공시켰다. 그러나 인수 3개월 만에 우리아비바생명은 DGB금융에 재매각됐다.

    ◇손보사 M&A는 '제자리걸음' … 롯데·MG 모두 '불투명'

    손보사 매각 시장은 생보사와 달리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선 롯데손해보험은 매각가를 둘러싼 이견이 진척을 가로막고 있다. 롯데손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약 2조원 수준의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으나 실적 감소와 신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하락 등으로 시장에서는 적정 몸값으로 1조원대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손보의 순이익은 242억원으로 전년 대비 91.5% 급갑했다. 같은 기간 예외모형 적용 시 킥스 비율 역시 지난해보다 58.6% 급락한 154.6%로 하락하며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근 수시검사를 통해 롯데손보의 재무 상태와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리스크를 점검했다.

    현재 롯데손보는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해 새로운 원매자를 찾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MG손보도 마찬가지다. 앞서 메리츠화재가 노조 반발을 이유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하면서 다섯 번째 매각이 무산됐다. 당초 금융당국은 제3자 매각, 계약이전, 청산·파산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열어두고 논의해왔지만 뚜렷한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계약이전 방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완전 청산 시 124만명에 달하는 보험계약자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청산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계약이전을 대안 중 하나로 적극 검토 중이다. 계약이전은 기존 계약을 타 보험사로 넘겨 보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가입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실제로 당국은 삼성화재, DB손보, KB손보,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들과 두 차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는 MG손보의 포트폴리오가 장기보험 상품 위주로 구성돼 있어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는 보유 상품의 만기가 길고 운용 자산의 범위도 넓어 매력도가 높다"며 "최근 손보업계의 보험사 매각이 불발되며 매력도가 조금 더 높아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