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급 체면 말이 아니네"…중소형만 훈풍 부는 IPO 시장

기업공개(IPO)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상반기 대어급으로 꼽혔던 기업들은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는 가운데 중소형주들의 흥행은 이어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에 상장한 원일티엔아이는 오전 10시40분  현재 공모가(1만3500원) 대비 83.33% 상승한 2만4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날 코스닥 시장에 등판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같은 시각 공모가(2만1000원)보다 78.57% 오르는 중이다. 

지난 8일 상장한 나우로보틱스는 상장 첫날 126.47% 급등 마감한 데 이어 이날도 7%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종목들의 공통점은 공모금액이 부담스럽지 않은,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 중소형 기업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며 줄줄이 희망밴드 상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한 데 이어 일반 청약에서도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앞서 원일티엔아이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1308.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인 1만3500원으로 결정했다. 일반청약에서는 1312.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증거금으로 2조6572억원을 모았다.

나우로보틱스는 수요예측 경쟁률 1394.96대 1을 기록한 데 이어 일반청약 경쟁률 1572.19대 1, 증거금 3조3400억원을 기록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수요예측 경쟁률 1066.9대1, 일반청약 경쟁률 859대 1, 증거금 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조만간 상장을 앞둔 중소형 규모 기업들도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뮨온아시아는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 결과 913.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증거금은 약 3조75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뮨온아시아는 지난달 22∼28일 진행한 수요예측에 2205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 897대 1을 기록, 최종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인 3600원으로 확정한 바 있다.

올해 1분기 들어서 중소형 규모 IPO는 흥행을 지속하고 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건 엘케이켐, 위너스, 한텍, 대진첨단소재,엠디바이스 등 대부분 공모 규모가 200억원 내외 기업이었다.

1분기 상장한 중소형주들의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세도 뚜렷하다. 

위너스는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8일 기준 주가 수익률은 130%대를 기록했다. 

엘케이켐(180.0%), 한텍(144.44%), 티엑스알로보틱스(53.33%) 등도 상장일 첫날 큰 폭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8일 기준 공모가 대비 각각 28.01%, 229.16%, 43.25%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대어급 IPO는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말 케이뱅크 상장 철회에 이어 최근 DN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나란히 상장을 자진 철회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두 회사는 올해 IPO 대어로 거론되며 시장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수요예측에서 흥행 실패한 배경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거론된다.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합당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상장한 대어급들도 녹록치 않은 모습이다. 

서울보증보험의 공모가는 2만6000원으로 밴드 최하단으로 책정됐고,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는 흥행한 LG씨엔에스는 상장 이후 공모가(6만1900원)을 넘어선 적이 없다. 지난 8일 기준 LG씨엔에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12.60% 하락한 상태다.

시장에선 당분간 대어급 기업의 상장 없이 중소형주 중심으로 IPO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에는 중소형 종목이 상장 예정이며 당분간 대어급은 시장 상황을 관망할 수 있다"며 "이달 IPO 예상 기업 수는 7∼9개 수준으로 과거 대비 평균 수준(연간 평균 8개)과 유사한 수준하지만 예상 공모액은 1900억∼2400억원으로 역대 동 월 평균 공모액(5985억원) 대비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