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킥스 미달" … 롯데손보 "투자자 보호" 맞서다 철회예탁결제원도 정보 제공 거부 … 당국, 경영평가 후 제재 검토강행 의지 꺾였지만 … 무리한 조기상환, 매각 부담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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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가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조기상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금감원의 강경한 유감 표명과 예탁결제원의 실무 제동이 맞물리며 사실상 강행이 불가능해진 것이다.이에 롯데손보가 조기상환을 통해 재무제표를 정비하고 매각 여건을 유리하게 만들려던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됐다. 오히려 무리한 콜옵션 추진이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하반기 자본확충과 경영정상화가 매각의 전제조건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롯데손보, 당국에 '백기' 들었다 … 하반기 내 자본확충 예정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전날 오후 예탁결제원에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보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앞서 롯데손보는 지난 2020년 5월 발행한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한다며 일반계정 자금으로 상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의 반대에도 지난 8일 콜옵션을 공식 행사하며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그러나 금융감독원은 롯데손보의 지급여력제도(K-ICS·킥스)비율이 조기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즉각 제동을 걸었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상, 후순위채를 조기 상환하려면 상환 이후 킥스 비율이 150% 이상이어야 한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1분기 말 킥스 비율이 해당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판단하고 있다.이세훈 수석부원장은 롯데손보 후순위채 조기상환 관련 현안 브리핑을 통해 "롯데손보가 당국 및 시장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조기상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매우 유감"이라며 "전례가 없는 일이라 당국으로서 당혹스럽고,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금감원이 강한 유감을 표한 직후 예탁원도 제동에 나섰다. 상환 실무를 맡은 예탁은 롯데손보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콜옵션 행사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예탁원을 거치지 않으면 증권사별 채권자 정보를 받을 수 없어 상환 집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감원 경고에 더해 실무적 제약까지 겹치면서, 롯데손보는 결국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롯데손보의 자본 확충 방안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손보 측은 투자자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해결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금감원은 롯데손보가 제출할 재무 정상화 계획을 토대로 이르면 이달 말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적기시정조치 등 제재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1분기 결산 결과를 반영한 킥스 비율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롯데손보 관계자는 "후순위채 상환 관련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중도상환을 검토했지만 금융감독원과 논의한 결과 중도상환 보류를 결정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자본확충을 실행해 중도 상환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엑시트 시계 멈춘 롯데손보 … 매각 '난항'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조기상환 강행은 매각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 확충 요건을 조기에 충족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매각 여건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하지만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만큼 유상증자 등 기본자본 확충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의 금융사 M&A(인수합병) 적절성에 대한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결국 롯데손보는 금감원과의 충돌을 피하고, 당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현재 롯데손보의 최대주주 JKL파트너스는 지분 77.04%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매각 당시 롯데손보를 인수한 후 줄곧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지난해 매각 시도가 무산된 데 이어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업계는 JKL파트너스의 엑시트 문제가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의 엑시트 사이클은 4~5년이지만, JKL은 인수 이후 5년이 넘도록 롯데손보를 매각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JKL이 희망한 2조원 안팎의 몸값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보완자본 확충 수단인 후순위채 발행 역시 쉽지 않다. 이미 건전성 지표가 하락한 상황에서 발행 조건이 악화됐고, 시장 조달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기본자본 확충을 위한 대주주의 유상증자도 매각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는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다. 금감원 역시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만큼 자본확충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결국 자본확충을 통한 건전성 지표와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롯데손보의 새 주인 찾기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롯데손보는 하반기 자본 확충을 통해 콜옵션 행사 요건을 맞춘 뒤 조기상환을 재추진할 계획이다.금융업계 관계자는 “조기상환이 무산되면서 롯데손보에 대한 시장 신뢰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