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이후 본격화된 해킹 사건 한달 … 미숙한 초기대응해킹 신고 기간 도과 논란부터 유심칩 ‘오픈런’까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조사결과, 위약금 면제 불씨는 여전
  • ▲ 유심 교체를 위해 대리점 앞 줄을 선 가입자들.ⓒ뉴데일리DB
    ▲ 유심 교체를 위해 대리점 앞 줄을 선 가입자들.ⓒ뉴데일리DB
     “초기 대응에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지금 하나씩 하나씩 수습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류정환 SK텔레콤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은 해킹 사건 이후 한 달에 대해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실제 지난 4월 19일 이후 SKT의 시간은 그야말로 최악의 시간이었다. 전례 없는 해킹 사고로 인한 불안감이 급격하게 커졌고 이로 인해 무료 유심 교체라는 카드를 내밀었지만 이른바 ‘유심 대란’이 벌어지는 등 혼란만 커지기도 했다.

    해킹 사건 이후 한달에 접어들면서 이 불안과 혼란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여전히 SKT에 대한 신규 가입 중단 조치가 이어지고 있고 위약금 면제 등의 갈등 요인도 풀어야 할 숙제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은 SKT에게 있어 역사에 남을 최악의 기간이었다. 

    SKT 해킹은 지난달 18일 오후 6시 최초로 데이터 이동 사실을 SKT 내부에서 인지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1시 악성코드를 발견하며 해킹 공격 사실을 파악했고 다음날 새벽 1시부터 빠져나간 데이터를 분석, 오후 11시 이용자 유심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SKT는 20일 오후 4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킹 사실을 신고했다.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T 해킹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T 해킹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뉴데일리DB
    이 과정에서 정보침해 사고 발생 인지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 KISA에 신고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입자 사이 불안감이 급격하게 커졌음을 불보듯 뻔했다. 이동통신사의 개인정보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파급력은 과거와 달랐다. 휴대폰 단말기에 담고 있는 정보가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SKT의 이번 해킹 사건은 유출된 정보가 특정되지 않았고 누구의 정보가 유출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유영상 SKT 대표이사는 지난달 25일 해킹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유심 무료 교체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당시 SKT가 보유한 유심 재고는 100만개에 불과했다. 가입자 2300만명 규모를 고려했을 때 혼란이 커질 것을 당연한 수순이었다. 실제 유심 교체가 이뤄진 28일에 주요 SKT 대리점에는 ‘오픈런’이 벌어졌을 정도. 

    결국 유 대표는 지난달 30일에는 직접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고 지난 7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 혼란은 한달이 지난 현 시점에서 상당부분 해소되는 중이다. 

    SKT는 정보유출 피해에 대해 100% 보상하겠다는 강수를 뒀고 이는 어느정도 효과를 보였다. 지난달 29일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유출 정보를 유심 관련 정보로 특정한 것도 계기였다. 휴대폰 고유식별번호(IMEI) 유출이 없던 것으로 확정되면서 이른바 ‘복제폰’ 우려가 상당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까지 해킹 사건에 따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SKT가 유심 교체 없이도 유심을 보호할 수 있는 유심보호서비스를 지난달 28일 선보인 것에 이어 이달 15일 해외 로밍까지 보호하는 2.0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 

    유심의 공급도 본격화됐다. 지난 17일 기준 유심 누적 교체는 210만건으로 교체 외에 유심 재설정 기능을 이용한 수요는 10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현재 유심 교체 잔여 예약자는 669만명 수준.

    SKT는 이달에만 500만개의 유심을 공급할 예정인데, 오는 6월 500만개의 유심 추가 수급까지 이뤄진다면 교체 수요 상당부분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날부터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직접 방문해 유심을 교체해주는 ‘찾아가는 서비스’도 진행된다. 6월 말까지 SKT 대리점 접근이 떨어지는 도서벽지 100여개 지역이 대상이다. 

    SKT의 진화작업이 효과를 보면서 급증하던 SKT 가입자의 이탈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하루에 3만명 수준으로 이탈하던 가입자는 최근 1만명 아래로 안정화됐다.
  • ▲ SKT 대리점 T월드의 모습.ⓒ뉴데일리DB
    ▲ SKT 대리점 T월드의 모습.ⓒ뉴데일리DB
    다만 앞으로 과제는 더욱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SKT 해킹 조사 결과다. 이날 민관합동조사단의 2차 발표에 따르면 SKT의 서버 23대에서 악성코드 25종이 발견됐다. 지난달 29일 1차 발표 당시 서버 5대, 4종의 악성코드보다 대폭 늘어난 것. 다행스럽게도 추가 정보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내달 말 최종 조사 결과 발표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에 따른 위약금 면제 갈등은 앞으로의 관전포인트다. 일부 가입자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정치권에서도 위약금 면제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SKT는 지난 16일 고객의 관점에서 신뢰 회복에 대한 조언, 제언을 해줄 고객신뢰회복위원회를 출범한 상황. 이 위원회는 위약금에 대한 논의에서도 고객 관점의 의견을 회사에 전달해줄 예정이지만 무조건적인 위약금 면제를 내건다면 SKT가 그야말로 천문학적 손실을 감당해야할 위기에 놓일 수 있다. 가입자와 회사가 모두 만족할 결과를 내는 절묘한 줄타기가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의 혼란이 현시점에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아직 해결된 것도 없고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앞으로의 대응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