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년 ESG·푸드테크 전략 투자로 340억 투입경영 위기 속 최근 핵심 자산 매각 … 기존 주주 보상 없이 새 법인으로 이전평가손실 98.5%, 투자 회수 가능성 사실상 제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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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가 수백억원을 투자한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벤슨힐(Benson Hill)이 파산 위기에 빠지면서 사실상 전액 손실을 떠안게 됐다. 핵심 자산은 제3자에 매각됐지만 이마트를 포함한 기존 주주는 법적·재무적으로 아무런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사모펀드 Argonautic Ventures가 운용하는 특수목적펀드를 통해 벤슨힐 보통주에 총 342억원을 투자했다.

    구체적으로 첫 투자(228억원)는 2020년 두 번째 투자(114억원)는 2021년에 이뤄졌다. 각각 Argonautic Vertical Series Benson Hill Special Situation Fund II·III를 통해 집행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푸드테크 분야에 대한 전략적 접근 차원에서 이뤄진 투자로 회계상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TPL)으로 분류됐다.

    벤슨힐은 2012년 설립된 미국 푸드테크 기업으로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을 결합한 클라우드 바이올로지 기술과 농업 데이터 플랫폼 크롭OS(CropOS)를 바탕으로 고단백 식물성 대체육 종자 개발 사업을 펼쳐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 식량 기술로 주목받으며 한때 기업가치가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까지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와 자금난이 겹치며 경영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벤슨힐은 올해 3월 미국 델라웨어 연방파산법원에 파산 보호(Chapter 11)를 신청했다. 당시 자산은 약 1억3750만달러, 부채는 1억1070만달러에 달했고 채권자 수만 200여곳에 이를 정도로 재무상황은 악화돼 있었다.

    회사는 이후 법원 승인을 받아 5월 핵심 기술과 특허, 인력 등 주요 사업 자산을 신설 법인인 콘플루언스 제네틱스(Confluence Genetics)에 매각했다.

    매각은 미국 파산법 363조에 따른 고잉컨선(계속기업) 매각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핵심 자산만 별도로 떼어내 통째로 제3자에게 넘기는 구조로 기존 기업의 부채나 지분 관계는 승계되지 않는다.

    이마트를 포함한 기존 주주는 매각 수익에서 완전히 배제된 셈이다. 신설 법인에 대해서도 법적·재무적으로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마트가 보유한 벤슨힐 지분은 FVTPL로 분류돼 있어 기업 실체가 사라진 이상 장부가치를 유지할 근거도 없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해 말 기준 해당 자산 가치는 약 5억원에 불과하다. 평가손실 규모는 약 338억원, 손실률은 98.5%에 달한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마트의 손실 회복 가능성을 제로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파산 후 핵심 자산이 새로운 법인으로 넘어가면 기존 주주는 껍데기만 남은 법인의 지분만 보유하게 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벤슨힐은 펀드를 통해 투자한 것으로 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이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