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업계 첫 파업 앞둬, 노조 연대로 쟁의 강경화 양상임금 외 노동환경 개선 요구, 경영진에 대한 불만도업계 전반 침체 장기화 … “갈등 해결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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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노조
ICT업계 노조들이 임단협 과정에서 강경노선을 고수하면서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 불황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노조가 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와 넥슨 자회사 네오플 노조는 이달 중 파업을 예고했다. 한글과컴퓨터 노조도 파업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카카오모빌리티 파업을 주관하는 카카오 노조는 이날부터 네이버 집회 현장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2시간 부분파업을 시작해 25일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네오플 노조는 10일부터 야근과 주말 근무를 거부하고 있으며,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시 전면파업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파업을 앞둔 카카오모빌리티와 네오플, 한컴의 공통점은 지난해 실적이 좋았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영업익이 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0.3% 늘어났고, 네오플은 중국에서 ‘던파 모바일’ 흥행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사측에서 제시한 임금 인상안이 부족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노조들은 임금 문제 외에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경영진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불만도 드러내고 있다. 앞서 게임사 노조는 차기 정부에 포괄임금제 폐지와 고용 안정성 강화 등을 요구하는 간담회에 참석했다. 네이버 노조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임원의 복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연이어 개최하며 경영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최근 ICT 노조들의 쟁의 행위는 노조 간 연대가 늘어나면서 조직적으로 변모하고, 강경화되는 양상이다. 3월 카카오 노조가 주최한 다음 분사 반대 집회 때는 네이버 노조가 참석했다. 지난해 11월 엔씨 노조가 자회사 분사 결정 철회를 위한 단체행동에 나섰을 때 넥슨도 힘을 보태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해당 노조들이 실제 파업에 돌입한다면 세 회사 모두 창립 이래 최초 사례로 남게 된다. 그동안에도 임단협 결렬에 따라 파업을 포함한 집단행동 예고는 있었지만, 실제 진행되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게임사 웹젠이 지난 2022년과 2024년 파업 직전까지 갔지만 현실화는 불발됐다.일각에서는 잇따른 ICT 노조들의 파업 선언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호실적에 대한 과실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황에 놓인 업계 흐름상 파업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넥슨과 크래프톤을 제외한 대다수 게임사들은 예년만 못한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고, 카카오모빌리티 외에 카카오 그룹 계열사들의 실적도 정체됐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임단협에서 갈등이 유발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요구사항이 다양해지고 ICT 노조 간 연대로 단체 행동이 강경화되고 있다”며 “업계 전반이 경기 불황으로 침체된 만큼 요구할 권리만 내세우기 보다는 적정선에서 타협하며 갈등 해결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