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이상 투입 사업, 그룹 유동성 휘청우여곡절 끝 가동 시작… 수익성은 '글쎄'지주사 신용도 끌어내려… 돌파구 찾을까
  • ▲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롯데케미칼
    중국 과잉공급발로 석유화학 업황이 바닥을 찍고 있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약 5조 원을 들여 인도네시아에 지은 대형 석유화학단지가 최근 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지 공장 지분 절반가량 보유한 롯데케미칼의 핵심 상장 계열사 타이탄(LCT)도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상장폐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대규모 공장 가동이 오히려 그룹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로이터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법인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는 최근 반텐주 칠레곤시 크래커(석유화학 공정 시설) 가동에 돌입했다. LCI는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누산타라(LCTN)에 연간 35만 톤의 에틸렌을 10년간 공급할 예정이다. 계약 규모는 총 30억 달러(약 4조)에 달한다.

    이번 가동은 롯데케미칼이 2022년부터 약 5조 원을 투입해 추진한 'LINE 프로젝트'의 핵심 결과물이다. LCI의 지분 51%는 타이탄이, 나머지 49%는 롯데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다. 

    110헥타르 부지에 건설된 이 석유화학단지는 에틸렌 100만 톤, 프로필렌 52만 톤, 폴리프로필렌 25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춘다. 생산량의 70%는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에, 나머지는 수출에 활용된다. 롯데는 타이탄을 동남아시아 최고의 석유화학 기업으로서 키우기 위해 그룹의 핵심 전략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롯데의 당초 포부와 달리 타이탄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롯데케미칼이 타이탄의 지분 약 76%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실적과 재무 부담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타이탄은 올해 1분기에도 약 1억5990만 링깃(약 465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 분기 대비 10.4%, 전년 동기 대비 27.0% 줄어든 수치다. 타이탄은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영업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대표 금융그룹 CIMB는 최근 보고서에서 "타이탄은 평균 판매가격 하락과 글로벌 수요 약세, 미국의 대(對)중국 수입관세 강화 등으로 향후 3년간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보유(Hold)'에서 '감축(Reduce)'으로 하향 조정했다. 

    타이탄의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타이탄의 최근 1년간 주가는 약 60.5% 곤두박질쳤다. 목표주가도 기존 RM0.67에서 RM0.39(약 194원 → 113원)로 약 40% 대폭 하향했다. 회복력과 시장 전망을 낮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공장 가동 시점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전 세계 석유화학 시장 마진이 급감한 상황에서, 신규 크래커 가동은 부담이라는 평가다. 심지어 미국 관세는 글로벌 교역 심리를 위축시키고 석유화학 수요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부담 요인이다. 

    석유화학 산업의 침체는 동남아 시장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타이탄은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파시르 구당에 위치한 납사 크래커 1호기의 가동을 멈추는 등  현재 전체 설비 가동률은 45~50% 수준으로 낮췄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0년 타이탄케미칼 인수를 통해 동남아 시장에 본격 진출했지만, 최근 들어 타이탄의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부담은 롯데케미칼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최근에는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 3곳 모두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기준 연결 순차입금은 7조2000억 원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대형 석유화학 시설 투자 등으로 차입이 증가한 영향이다. 회사채 발행 여력도 점점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해 자산 매각, 투자 조절 등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그룹 전체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하락으로 롯데지주의 신용도도 동반 하락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대형 공장의 가동이 본격화된 가운데, 핵심 계열사 타이탄의 실적 부진과 상장폐지 우려, 롯데케미칼 본사의 재무 부담까지 겹치면서 그룹 전반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는 1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2025년 하반기 VCM(사장단 회의)’을 열고, 돌파구 모색에 나설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의 현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