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대출규제에 잔금납부 앞둔 집주인 '발등의 불'메이플자이 84㎡ 전세 보증금 17억→14.5억원 뚝"1억~2억원 깍아줄테니 올현금 세입자 구해달라" 반전세·월세전환 움직임…"불합리한 부분 보완해야"
-
- ▲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경=나광국 기자
"조합원들 중엔 전세를 주고 전세금을 받아야 잔금과 정비사업 분담금을 납부할 수 있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소유권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일부 집주인들이 잔금마련에 차질이 생겼죠. 보증금을 낮춰줄 테니 전액현금으로 들어올 세입자를 구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어요. 전용면적 84㎡ 전세매물은 2억5000만원이 떨어졌죠."(잠원동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정부가 6·27대책을 발표한후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단지에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규제로 소유권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전면금지되면서 임차인이 받는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분양잔금을 납부하려던 수분양자들의 자금계획에 비상이 걸리면서다. 일부단지에선 전세값을 2억원이상 낮춰 '세입자모시기'에 나서거나 반전세로 세입자를 구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11일 오후 찾은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입주와 동시에 고강도 대출규제를 맞으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정부는 6·27가계부채대책을 통해 입주시 소유권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했다. '갭투자'용 전세대출을 막겠다는 취지다. 결국 수분양자가 전세보증금으로 분양잔금을 치르기 위해선 보증금을 대출 없이 현금으로 낼 수 있는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는 소리다.대책이 발표되기 전까지 전세임대차 계약서를 쓰지 않은 수도권·규제지역 단지는 조건부 전세대출이 불가능하다. 이에 재건축 이후 8월까지 입주가 진행중인 메이플자이도 적용대상이 됐다.메이플자이는 후분양단지로 계약금(분양가 20%)이후 1년 남짓한 기간에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해야 한다. 특히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충당하려던 집주인들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목돈을 마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물론 전세대출을 받지 않은 세입자를 구하는 방법도 있다. -
- ▲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경=나광국 기자
다만 전용 59㎡ 현재 전세값이 13억~15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잠원동 J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를 놓으려던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1억~2억원 낮추거나 아예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해 자금을 치르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갑작스러운 대출정책으로 조급함이 커진 분위기다"며 "기존에 16억원대였던 32~33평은 현재 14억500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진 상황이고 일부 세입자는 대출규제 부담에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인근 또 다른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바로 입주하지 않고 내놓은 전세 물건은 보증금을 받아 분양잔금을 납부하려는 것들이 대부분이다"며 "대출규제 시행후 임차인이 대출을 받으면 분양잔금으로 돌릴 수 없어 계약 성사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이어 "여러 집주인이 반전세 전환을 고민하거나 실제로 전환한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입주 초반에 전세매물이 좀 나왔지만 대부분 소화된 상황이고 일부가 대출규제 이후 남아 있는데 아직 세입자를 받지 못한 일부 집주인들의 경우 직접 거주하려는 의사도 내비쳤다"고 덧붙였다.네이버 부동산과 현지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전용 84㎡ 매물은 처음에 전세를 내놨을 때 가격은 17억원이었지만 3차례 가격을 낮춰 현재 14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또 다른 같은평형 매물도 최초 17억원에서 4차례 가격을 떨어져 13억원 초반 수준까지 하락했다.전용 59㎡도 상황은 비슷하다. 메이플자이 전용 59㎡ 전세물건은 13억원에 처음 전세를 내놨지만 최근까지 2차례 전세값이 떨어지며 11억4000만원까지 내려왔다. 다른 전용 59㎡ 전세물건도 3000만~5000만원가량 가격이 낮아진 상황이다.일부 집주인들은 전세를 반전세로 바꿔 내놓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현재 월세로 나온 물량은 1581가구로 전체 3307가구의 47.8% 수준에 달한다. -
- ▲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디센시아' 전경=나광국 기자
J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세입자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없는 만큼 보증금을 최대한 낮춰 월세를 받아 잔금대출 이자를 감당하려는 집주인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디센시아'도 사정이 비슷하다. 단지는 지난달 30일 입주를 시작했고 입주 지정기간은 오는 9월1일까지다. 당초 물량이 적었던 전용 84㎡ 경우 가격 조정폭이 적지만 물량이 많았던 전용 59㎡ 경우 수천만원 가격을 내린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휘경동 인근 Y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외대역 인근에 입주가능한 신축아파트가 많이 없어 가격이 좋은 물건들은 이미 계약이 빠르게 이뤄졌다"면서 "다만 아직 남아 있는 매물의 경우 집주인들이 대출규제로 난감해 하고 있는 상황이고 반전세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특히 시장에선 하반기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1097가구),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1261가구),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등 서울 주요 대단지들이 입주를 앞두고 있어 이들 단지에서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하반기 대단지들이 강남권에 많이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이번 대출규제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며 "전세로 들어가려던 세입자들도 이사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고 집주인들도 직접 들어가거나 반전세 등으로 전략을 바꿀 경우 전세난이 우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갭투자 차단은 필요하지만 부작용을 검토해서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수요억제만이 아니라 실수요자의 내집마련까지 억제하는 모습도 있다"며 "부작용이나 불합리한 부분은 보완해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