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 인도네시아법인 KB뱅크(부코핀) 상반기 흑자 전환국감서 질타받은 지 1년 만에 310억원 순이익 달성KB부코핀파이낸스 매각, 디지털·채권 정리로 경영효율화 속도양종희 회장 최우선 과제 해결…지속가능한 수익구조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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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산업의 무게중심이 국경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지정학 리스크 속에서도 4대 은행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북미 등지에서 뚜렷한 성적표를 내기 시작했다. 이자 장사에 기대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현지화'와 '디지털화'를 통해 영토를 넓혀나가는 중이다. 이제 해외 시장의 성적표는 단순한 '부가 수익'이 아니라 '성과'와 '지속 가능성'이 새로운 잣대가 됐다. 글로벌 뱅크로 진화 중인 K-금융의 현주소와 향후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 ▲ KB뱅크(前 KB부코핀은행) ⓒKB국민
"부코핀 정상화, 올해 반드시 성과를 보여야 합니다."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KB국민은행은 정치권으로부터 날 선 질타를 받았다.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인수 이후 지속된 부실 운영과 적자 행진은 K-금융의 해외 확장을 의심케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강남채 당시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상대로 "이게 금융 한류냐, 혈세 낭비 아니냐"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그러나 1년 후 인도네시아 법인인 KB뱅크(구 부코핀은행)는 달라진 모습을 숫자로 증명했다. 올 상반기 KB뱅크는 순이익 31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동안 '해외 리스크'의 상징이란 오명을 벗고 '글로벌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순간이다.◆ 국감 질타 1년 만에… 흑자 전환의 분기점부코핀은행은 2020년 KB국민은행이 약 4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인도네시아 5대 상업은행 중 하나다. 하지만 인수 이후 연이은 손실과 부실한 운영으로 도마위에 오르며 글로벌 전략에 오점을 남겼다. 2024년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시선은 점점 날카로워졌다.결국 지난해 국감에서는 KB금융그룹의 글로벌 전략 전반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사업 가능성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무리하게 진출했다", "경영 정상화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이어졌다.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며 천덕꾸러기가 된 KB뱅크의 정상화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았다.하지만 올해 들어 반전이 시작됐다. 그룹은 KB뱅크의 자회사 KB부코핀파이낸스를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KB뱅크의 체질 개선을 위해 공격적인 영업 전략과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자카르타에만 8개 신규 지점을 신설하며 오프라인 기반을 확대했다. 현지 고객을 위한 모바일뱅킹 UX 전면 개편을 진행하고, 부실 여신에 대한 강도 높은 채권 정리를 통해 대손비용 부담을 줄였다.고강도 경영효율화 작업을 통해 KB뱅크는 2020년 법인 출범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 누적 순이익 31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약 2660억원 손실) 대비 극적인 전환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위험가중자산(LAR)은 24.07%로 전년 대비 2.79% 하락했고, 부실채권(NPL) 총액도 5.5% 가까이 감소했다. -
- ▲ 양종희 KB금융 회장 ⓒKB금융
◆ 양종희 회장의 '글로벌 리스크 털기' 첫 결실이번 실적 반등은 KB금융그룹 양종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양 회장은 2023년 부임 직후부터 리딩뱅크의 사수를 위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문해 왔다. 이에 KB국민은행장에 내정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와 글로벌 부문장으로 선임된 이재근 전 국민행장이 글로벌 전략 로드맵을 짜기 시작했다.양 회장은 인도네시아를 '전략적 요충지'로 보고, KB국민은행을 중심으로 현지화와 리테일 중심의 수익 모델 전환을 주문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KB국민은행은 현지 중소기업 대상 대출 상품을 확대했고, 인도네시아 이슬람 보험사 타카풀보험과 손잡고 보험시장에도 진출했다. 연내 인도네시아의 거점 점포를 늘리는 동시에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아직 갈 길 먼 글로벌 '내실'…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구축해야KB뱅크의 반전 사례는 KB금융그룹에게 단순한 '적자 탈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부실 자산'의 상징이었던 부코핀은행을 스스로 정상화시켰다는 점에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자생적 경쟁력을 입증할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다만,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는 풀어나가야할 숙제로 남아있다고 진단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여전히 환율·정치 리스크가 상존하는 국가로 단기 실적 반등에 취해선 안된다는 것. 루피아 불안정과 인도네시아 경기 둔화는 여전히 수익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해외 시장의 경쟁 금융사들도 모바일 기반 리테일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의 부코핀 반전 사례는 한국 금융권 전체의 글로벌 확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면서도 "단순히 진출 국가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