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얼리억세스 이후 첫 번째 DLC ‘섬으로 떠나요’ 무료 출시거주할 집 사면서 대출, 자칫하면 ‘하우스 푸어’ 전락한 플레이로3D 프린트 기능이나 조이들 속마음 볼 수 있는 기능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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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래프톤
체력도 집중력도 10~20대 같지 않은 소위 ‘아재’ 직장인에게 게임이란 제법 가혹한 취미다. 늘 피곤하고 졸린 그들에게 게임에 쏟아낼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스트레스 해소에 비교적 건전하고 경제적인 취미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느릿한 순발력과 컨트롤의 '뉴데일리' 기자들이 직접 신작을 리뷰해봤다. <편집자 주>40대 가장에게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말은 선뜻 와 닿지 않는다. 그냥 사는 것도 빡빡한데 무슨 시뮬레이션까지 돌릴까. 때리고 부수는 액션게임을 더 즐기는 입장에서 ‘인조이’는 생소한 장르다. 당연히 ‘인조이’에 앞선 원조라 할 수 있는 ‘심즈’도 해본 적 없다.그런 40대 ‘겜찔이’가 인생 시뮬레이션에 매료될 수 있을까. 크래프톤의 ‘인조이’의 첫 DLC ‘섬으로 떠나요’를 직접 플레이 해봤다. ‘인조이’는 원하는대로 게임 내 캐릭터(조이)들의 삶을 조작하고 지켜보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컨셉의 게임이다. 얼리억세스로 출시된 이후 지난 20일 첫 DLC인 ‘섬으로 떠나요’가 무료로 출시됐다.이번 DLC는 기존 무대인 서울시 강남을 모티브로 한 ‘도원’과 미국 캘리포니아를 모티브로 한 ‘블리스베이’ 외에 인도네시아 관광지를 모티브로 한 ‘치하야’가 추가됐다. -
- ▲ 시작 과정에서 가족들이 자신 조이를 직접 만들겠다고 하는 참견을 피하기가 어렵다.
이번 ‘인조이’의 플레이 시간은 약 9시간. 사실 이 시간 중 20% 정도는 캐릭터 만들기에 쓴 것 같다. 골격부터 인상까지 다채로운 조합이 가능해 예상보다 진심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유저가 직접 올리는 ‘캔버스’에 다양한 미형의 캐릭터도 적용할 수 있다.하지만 우리 가족 중 미형은 없다. 와이프와 딸의 모습까지 만들고 나니 제법 그럴듯한 ‘강씨 가계도’가 만들어졌다. 그러면 이제 게임에서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 기왕이면 그럴싸한 삶을 사는 것이 인지상정. 새로운 섬, ‘치하야’의 몇 곳의 부지 중 가장 해변과 접근성이 좋은 부지에 집을 샀다. 게임 시작시 주어진 돈으로는 터무니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풀 대출을 받았다. 그것이 실수였다.‘하우스푸어’의 삶은 현실에서나 게임에서나 비슷하게 힘들다. 곧바로 부부가 맞벌이에 투입됐다. ‘인기인’을 지향하는 딸은 악기와 화구를 사달라며 스트레스 받기 시작했다. 신나게 소비하다 대출 상환일이 오면 연체문자를 받고 강씨네 부부는 끝없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
- ▲ 집에서 컴퓨터만 하는 강씨 아빠 조이와 둘째와 놀아주는 딸 조이의 모습.
흥미로운 것은 이 조이들간의 관계다. 강씨네 부부들은 저들끼리 농담을 던지며 화목하게 대화하다가도 갑자기 싸우고 다퉜다. 강씨네 엄마는 툭하면 잔소리를 했고 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가 하면 갑자기 애정 넘치는 문자 메시지로 감동시키기도 했다. 동네 주민들과 대화하다가 특정 조이의 사망 소식을 들으면 절망적인 우울함에 빠졌다.이쯤 되면 생각하게 된다. 이건 우리집 모습 그대로 아닌가. 감정이입이 되면 더 바빠진다. 딸이 거리를 돌아다니다 낯선 남자와 대화하는 모습에 이유 모를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어느날 갑자기 모르는 조이가 우리 집에 태연하게 드나드는 모습에 경악하게 됐다. 그 와중에 강씨 부인은 임신해서 둘째를 가지셨단다. 이쯤 되면 동남아 냄새가 물씬 나는 이 휴양지에서 레저를 즐길 여유는 없다. 강씨 아빠는 리조트에 가고 싶다는 가족의 욕구를 무시하고 회사와 집만 오갔다. 집에 있을 때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그를 보며 눈가가 촉촉해졌다.‘인조이’ 플레이를 지켜보던 딸은 “현실 아빠랑 똑같네”라고 핀잔을 줬다. -
- ▲ 원래는 이런 스킨스쿠버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강씨네 조이들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원래 이런 게임이 아니었을 것인데,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결국 강씨 부부는 노인이 되는 그날까지 돈만 벌었고 원금상환은커녕 간신히 이자만 낼 수 있었다. 주름 가득해진 강씨네 부부를 보면 가슴이 아려왔다. 당연히 DLC에서 처음으로 구현된 선박 대여나 리조트의 스파, 마사지, 해변의 경치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낚시는 고사하고 수집품도 빈약하기만 하다. 이건 ‘인조이’의 진입장벽인걸까. 플레이의 문제인걸까.사실 간략하게 소개했지만 게임 내부적으로 보면 흥미로운 지점은 꽤 있다. 3D 프린팅 기능은 사진을 전송하면 AI가 게임 내 구현 가능한 3D 모델링을 해주는 기능이다. 술병 사진을 올렸더니 고스란히 거실의 장식품으로 만들어줬다. -
- ▲ 3D 프린터 기능으로 만들어본 오브젝트.
조이들간의 교감도 흥미롭다. 대화의 주제도 다채로운데, 각 조이들의 반응도 색다르다. 결혼 했는데, 함부로 로멘스 토크를 하다간 자칫 이혼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그럼에도 아직 미완이라는 얼리억세스의 한계도 분명해 보인다. 조이들의 속마음을 구현하는 기능은 아직 영어로만 출력이 되고 있고 게임 내 캐릭터는 나이를 먹어도 상태창의 이미지만 바뀔 뿐, 실제 캐릭터에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직장도 구현되지 않아 출근 후 퇴근까지는 그냥 실종상태다. 가족관계인 조이간의 유기적 연계도 아쉽다. 각자 밥을 차려 각자 먹고 잠도 졸린 시간에 각기 따로 잠든다. 번화가를 가도 실제 구현된 매장은 몇 곳 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 몇 되지 않아 점점 외출을 삼가게 됐다. -
- ▲ 강씨네 부부 조이가 나눈 문자메시지. 이쯤 되면 법원 갈 일만 남았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번 DLC는 향후 ‘인조이’가 가는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리기에 부족하지 않다. ‘심즈’ 시리즈 역시 수십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콘텐츠를 추가했다고 한다. ‘심즈4’의 DLC만 무려 67개에 달한다. ‘인조이’ 역시 앞으로 장기적인 콘텐츠의 추가와 업데이트를 예고 중이다. 정식 출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이렇게 차곡차곡 즐길거리가 늘어나다 보면 어느 순간 ‘강씨네 조이’들도 행복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