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 반짝효과였나 … 8월 가계대출 4조원대로 다시 급증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으로 7월 큰 폭 줄어들었던 가계대출이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치솟았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8월에만 4조원 넘게 증가하면서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꺼낸 카드가 ‘반짝 효과’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한은이 발표한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1000억원 늘어난 116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폭은 소폭 확대됐다.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는 930조3000억원으로 전월(+3조4000억원)보다 늘어난 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세자금대출도 4000억원 늘며 전월(+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다. 1년전(+7000억원) 대비 증가 폭은 줄었다.

기타대출은 3000억원 늘어난 23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일시 중단됐던 비대면 대출 재개 등으로 증가 전환했지만,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의 영향으로 증가폭은 제한적이었다는 것이 한은 측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4월 4만1000가구, 5월 4만5000가구, 6월 5만3000가구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가다 7월 3만4000가구로 줄어든 바 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담대는 6.27 대책의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5~6월 중 늘어난 주택거래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주택구입목적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규모가 소폭 확대됐다”며 “이 영향이 8월에서 10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8월 기업대출은 8조4000억원 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월(+3조4000억원)에 비해 증가 규모가 상당 폭 확대됐다. 중소기업대출은 4조5000억원이 늘었다. 주요 은행들의 대출영업 확대 등으로 중소 법인의 시설자금 중심으로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대기업대출은 3조8000억원으로, 전월(+5000억원) 대비 큰 폭 확대됐다. 일부 기업들의 부채상환 및 영업 자금 확보 등을 위한 자금 수요가 기인했다. 

회사채는 1조6000억원 순상환으로 전월(-7000억원)보다 순상환 규모가 확대됐다. 계절적 비수기와 일부 기업의 상환자금 선조달 등이 영향을 미쳤다. CP·단기사채는 일부 기업이 대출로 상환에 나서면서 순상환됐다.

주식 발행 조달규모는 9000억원으로 전월(+4조9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퓨처엠 등 대형 유상증자가 일단락된 영향이다.

박 차장은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속에 기업대출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상반기 은행들의 자본 비율 관리 부담이 완화된 점도 기업 대출 여력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수요 측면에서 관세 협상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여전히 세부 협상 과정에서 경영 여건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당분간 크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