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온스당 4055달러 '사상 최고치' … 연초 대비 54% 급등불확실성 속 안전자산 선호 … 중앙은행·기관 상승 주도ETF 유입액 역대 최대 … 전문가 "단기 조정 가능성도"
  • ▲ 금값 ⓒ연합
    ▲ 금값 ⓒ연합
    물가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5000달러 시대 진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금 시세 역시 한 돈(3.75g)당 80만원을 넘어섰으며, 100만원 시대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날보다 0.7% 오른 온스당 4004.4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4013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이후 4055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금값은 무려 54% 급등해 1979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9·11테러,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도 훨씬 가파른 상승세다.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 압력, 주요국 정치 불안이 맞물리며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의 셧다운(행정기관 업무중단)이 8일째 이어지고 프랑스와 일본의 정치 혼란이 겹치면서 시장 불안이 증폭됐다. 프랑스에서는 신임 총리가 예산 협상 실패로 취임 한 달도 채 못 채우고 물러났고, 일본에서는 자민당 참패로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차기 총리로 사실상 확정되며 엔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금값 랠리는 중앙은행과 기관 자금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세계 금 상장지수펀드(ETF) 유입액은 640억달러에 달했으며, 9월 한 달 동안에만 173억달러가 들어왔다.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도 활발하다. WGC 조사에 따르면 1년 내 금 보유를 늘리겠다고 밝힌 중앙은행은 전체의 43%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은 10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확대하며 세계 최대 매입국 중 하나로 부상했다. 최근 3년간 한국은행 보유량(104톤)의 세 배 이상을 사들였다.

    국내 금값도 덩달아 폭등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8일 기준 순금 한 돈 시세는 81만원을 웃돌았다. 추석 연휴 직전 77만원대에서 불과 열흘 만에 4만원 넘게 오른 셈이다. 업계에서는 국제 시세가 온스당 5000달러에 근접하면 국내 금값이 100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귀금속 업계 관계자는 "금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실물 구매 수요는 다소 위축됐지만, 투자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며 "금테크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값이 정점에 가까워져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피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TD증권의 바트 멀렉 상품전략가는 "8월 중순 이후 상승 속도와 규모를 감안할 때 단기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과열된 투기 수요가 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앨리슨 슈레이거도 "금은 결코 무위험 자산이 아니다"라며 "2008년 금융위기에도 6% 하락했고 변동성은 10~15% 수준으로 다른 자산 못지않다"고 경고했다.

    한편 금·은값 상승세는 다른 귀금속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백금은 온스당 1666.47달러로 2014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팔라듐도 1449.69달러로 2년여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가 단순히 금에만 국한되지 않고 귀금속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라며 "향후 글로벌 경기 방향성과 정치 리스크에 따라 귀금속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