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형 스와프’ 첫 실험 … 외환방패인가 부채덫인가외환보유액의 84% 규모, 달러 빚으로 쌓는 방패연 21조원 이자 부담, 외환건전성 역효과 우려“달러 안정 아닌 종속” … 韓 외환정책의 위험한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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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미국과 추진 중인 '투자형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외환방패를 강화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실상은 달러를 빌려 방패를 만드는 모순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막대한 이자비용과 달러 종속 우려가 공존하면서 한미 양국간의 희비도 교차할 전망이다.

    ◆ 외환보유액 84% 규모의 '위험한 방패'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위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 규모는 현재 외환보유액(약 4220억 2000만 달러)의 83% 수준에 달하는 방대한 자금이다. 만약 이 자금을 일시 납입 방식으로 조달한다면, IMF 권고 기준선인 4700억 달러의 14%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방어벽이 무너진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8년간 쌓아온 '외환방패'가 하루아침에 얇아지는 셈이다.

    정부는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투자 지원 목적의 통화스와프 카드를 꺼냈다. 한은이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리는 구조로, 외환보유액을 직접 소진하지 않는 방식이다. 기존과 다른 점은 이번 스와프가 단기 위기 대응용이 아닌 장기 투자형의 성격을 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특강을 위해 미국을 찾아 베선트 장관에게 스와프 체결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통화스와프는 본래 위기 시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였다. 2008년과 2020년에 체결한 한미 스와프는 각각 300억달러, 600억달러였으며 모두 6개월 단위로 연장되는 단기 협약이었다. 문제는 지금 논의되는 스와프는 수년 이상 자금을 묶어 두는 '투자 지원형'으로, 길게는 수십 년간 자금이 묶이는 '준(準)대출'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 경우 실질적으로 달러를 빌리는 대출과 차별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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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 21조원 이자폭탄 … 외환방패가 '부채벽' 되나

    현재 통화스와프 수수료는 OIS(무위험 금리)에 25bp를 가산한 약 연 4.5%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3500억 달러를 모두 빌릴 경우 연간 이자비용은 최대 약 150억 달러(약 21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달 외환보유고 운용수익 60억 달러(한화 약 8조원)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1000억 달러만 빌려도 연간 6조 3000억원의 이자비용을 내야한다.

    미국 측 조건 또한 엄격하다. 한국과의 스와프를 허용하려면 다른 협력국에도 유사 조건을 제시해야 하며, 이는 미국 입장에서 정책 부담이 되기 때문. 따라서 한국에 유리한 조건을 얻기 어렵고, 높은 금리·불리한 상환 조건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전문가들도 스와프가 단기 안도감을 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달러 종속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정부가 원하는 투자 연계형 스와프는 전례가 없는 실험으로, 자칫 외환정책의 무게추가 이자의 덫으로 기울수 있다는 점에서다. 결국 한미 스와프가 '방패'가 될지, '부채의 족쇄'가 될지는 협상 조건과 운용 방식에 달렸다는 것.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전부 통화스와프 하기도 어려운 데다가, 원화로 조달해 환전하더라도 환율이 급등할 것"이라며 "협상이 장기화되면 미국은 세율 인상이나 품목별 관세 확대 카드를 꺼낼 수 있어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경제학계 교수는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과정에서 외환 보유액 급감이나 외환 시장 흔들림의 위험이 존재한다"며 "일시적 달러 유동성 확보는 가능하겠지만, 장기적 비용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