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질서 저해 여부 모니터링 … 의약품 시장 영향 분석"소비자 오도 광고 제한 목적 시행규칙 개정 추진외국 사례·의견 수렴 통해 제도 개선
  •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서성진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서성진 기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는 이른바 '창고형 약국'을 두고 유통 질서 교란 가능성을 공식 인정하며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대형 자본이 약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지역 약국 붕괴와 의약품 접근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15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창고형 약국이 유통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질서 저해 부분이 있는지 모니터링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은 창고형 약국이 시작 단계지만 전체 의약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유통 질서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단기 대책으로 광고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그는 "최고, 최대, 마트형, 특가 등 불필요하게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는 표현을 금지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과도한 가격 경쟁이나 허위 인식을 심어주는 마케팅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약사단체, 소비자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외국 사례를 검토해 제도적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유통 질서 유지와 약품 접근성 확보를 동시에 고려해 정책 대안을 구체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장 의원은 "올해 9월 기준 전국에 100평 이상 규모의 창고형 약국이 네 곳 개설돼 있다"며 "현행 약사법에는 약국의 규모나 면적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대형 자본이 무분별하게 진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 자본이 시장을 장악하면 결국 골목 약국이 문을 닫게 되고, 의료 취약지역 주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밀린 것처럼 약국 시장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약국 사막'이 생길 수 있다"며 "독일 등 약국 규모와 형태를 엄격히 제한하는 유럽의 보수적 제도 운영 방식을 참고해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은 완벽할 수 없지만, 최소한 이재명 정부에서는 지역 약국과 취약계층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며 "대형 자본 중심의 시장 재편이 국민 불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의는 대형화, 프랜차이즈화 흐름이 약국 시장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기존 약국 생태계와 의약품 유통 구조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첫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복지부는 단기적으로는 과대 광고 제한을 중심으로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유통 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 장관의 발언은 단순한 현황 점검을 넘어 향후 '창고형 약국 규제'가 정책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약국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시점에서 정부의 대응 방향이 소상공인 보호와 소비자 선택권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