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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형 약국' 내부 모습 ⓒ연합뉴스
약사들이 다시 들끓고 있다. 다이소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판매에 이어 이번에는 창고형 약국이다.
경기도 성남시 '메가팩토리약국'이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창고형 약국을 표방하며 개장한지 한달이 됐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제외한 일반의약품부터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용 의약품 등 2500개 품목을 판매한다.
소비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동네 약국보다 수백원에서 수천원까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사들은 카트를 끌고 의약품을 쇼핑하는 행위가 약국이 가진 공공성을 훼손하고 유통질서를 교란시킨다고 반발한다. 무엇보다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최우선 논리로 앞세운다.
약사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논란은 고소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창고형 약국'이라는 간판이 약사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약국 측은 결국 외부 현수막을 철거했다. 일부 약사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약국 대표와 근무 약사들의 신상털기와 협박성 댓글을 쏟아냈다. 약국 측은 해당 커뮤니티 작성자 28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앞서 약사들은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에도 격렬히 저항했다. 대웅제약이 지난 2월 전국 다이소 매장 200곳에 건기식 브랜드 '닥터베어' 26종을 출시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종근당건강, 일양약품 등도 다이소에 제품을 내놨는데 약사들이 해당 제약사 제품의 불매운동까지 거론하자 일양약품은 백기를 들고 제품을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약사회가 제약사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갑질 논란'이 제기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아직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는 다르다. 국민 건강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상담과 복약지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도입되고 나아가서는 약 배송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더 폭넓은 선택지를 원하고 편리성과 가격경쟁력을 따진다.
일상에서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트렌드의 확산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약사들은 일반약과 비타민류의 건기식 판매의 저가형, 대형화가 약물 오남용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AI를 활용해 자신의 건강을 챙기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시대적 흐름에서 약사들의 주장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다이소나 창고형 약국에서 건기식을 사는 것과 약국에서 건기식을 사는 것에 어떠한 전문적 차이가 있는지 소비자들을 설득시키는 것은 약사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