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23.5조 … 2022년 1월 이래 최대치주식 담보 '예탁증권담보융자'는 역대 최대삼전 겹호재에도 공매도 등 하락베팅도 늘어증시 단기 급상승에 우려감도 높아져
  • ▲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최초로 3700을 돌파하는 등 연일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며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빚투'(빚내서 투자)와 공매도가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 

    증시 활황에 대한 기대감과 고점에 대한 공포가 교차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 '빚투' 신용잔고, 3년9개월만 '최고치'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4일 23조 5000억원을 넘어선 23조55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월 이후 약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빚투' 지표로 꼽힌다.

    투자자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예탁증권담보융자 잔고 역시 지난 14일 기준 24조4633억원에 달했다. 역사상 최고치로 파악된다. 

    ◇ 삼전 시총, 美 팔란티어 추월 ... 공매도 급증

    코스피가 3700을 돌파하고 역사적 최고치인 3725.74를 찍은 배경엔 삼성전자가 있다. 지난 14일 실적발표 당시 삼성전자의 주가는 프리장에서 9만7500원까지 치솟으며 역사적 신고가를 썼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16일 오전 한때 9만6900원까지 치솟으며 역사상 신고가(정규장)를 썼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4351억달러로 평가됐다. 이는 미국 AI 기업 팔란티어의 시총 4261억달러를 앞지르는 수치다. 

    다만 시장이 과열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다.

    공매도 급증을 두고 '고점 신호'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 삼성전자가 장중 9만300원을 찍으며 4년 9개월만에 '9만전자'로 등극했을 당시, 삼성전자 공매도 거래대금은 1417억원을 기록해 전 거래일 142억원 대비 10배가량 올랐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추후 주가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매수해 갚는 투자 기법으로, '숏'에 베팅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9만4400원을 찍은 지난 10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95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삼성전자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337억원을 훌쩍 넘는 수치다. 

    SK하이닉스 역시 주가가 9.86% 급등한 2일에 공매도 거래금액이 1605억원으로 전 거래일 274억원의 6배로 급증했다. 사상 처음 40만닉스에 등극한 10일에는 1772억원으로 지난 7월 17일 2041억원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 씨가 마른 유동성 … 쪼그라든 연준 '돈주머니'

    빚투와 공매도가 동시에 급증하는 것은 투자자들간에 시장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코스피 랠리의 최대 변수는 미국 연준의 '유동성' 이었는데,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향후 몇 달 내에 양적긴축(QT)을 종료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시장에 돈이 더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동성의 대표적인 지표의 연준의 '역레포 잔고'가 35억달러밖에 남지 않으면서 미국 증시에 더 이상 풀릴 돈이 없다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역레포(Reverse Repo)란 연준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을 때 연준은 주로 역레포를 시행해 인플레이션을 조절한다. 

    연준의 역레포 잔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시장의 유동성을 통제한다는 뜻이고, 반대로 역레포 잔고가 줄어든다는 것은 연준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4일 연준의 역레포 잔고는 35억달러 수준으로, 2023년 초반 2조3000억달러에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역레포 잔고가 35억달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연준이 시장에 풀 수 있는 유동성이 서서히 한계에 달했다는 의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반도체 업황 개선과 유동성 공급 기대감이라는 호재와 과도한 레버리지, 공매도 급증이라는 악재가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라며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추격 매수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위험 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