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성과 및 발전방향 연구' 결과 발표국가첨단전략산업에 같은 금액 투자시 의약품이 경제적 효과 가장 높아제네릭 확산, 건보 재정 절감·감염병 대응력 강화 기여백신·원료·희귀질환치료제 등에 대한 보상체계와 우대제도 제안
  •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경. ⓒ한국제약바이오협회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경.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우리나라 의약품산업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다른 첨단 전략산업에 비해 생산규모는 작지만 같은 금액을 투자했을 때의 부가가치 및 고용창출 효과가 가장 높은 산업으로 분석됐다. 

    제네릭(복제약) 활성화로 감염병 대응력과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 의약품 접근성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2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창립 80주년을 맞아 의뢰받아 수행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성과 및 발전방향'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실태와 성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산업의 경제적·사회후생적 파급효과와 발전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2020·2022년 기준)를 기반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의약품 등 3대 첨단산업을 비교한 결과 의약품산업의 부가가치유발계수(0.72)와 고용유발계수(4.11)가 가장 높았다. 반면 반도체는 각각 0.59, 1.56에 그쳤다.

    특히 의약품산업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에 비해 산업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아 각 산업별 생산액의 1% 투자 증가를 전제할 경우 경제적 효과는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금액을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결과는 확연히 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실제 투자금액으로 환산하면 각 산업에 5000억원을 투입할 경우 의약품산업은 36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반도체(2950억원), 디스플레이(2950억원)보다 각각 약 1.2배 많다. 

    고용유발효과도 의약품산업이 2055명으로 반도체의 2.6배, 디스플레이의 1.26배 높은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 규모는 작지만 '투자 효율' 측면에서는 가장 생산성이 높은 셈이다.

    또 연구팀은 제네릭의약품 확산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감염병 대응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 사례로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의 제네릭 출시 이후 효과를 분석했다.

    타미플루의 2017년 8월 특허 만료 이후 제네릭이 진입하면서 오리지널 약가가 40% 인하됐다. 이와 함께 제네릭이 확산되며 2019~2023년 5년간 약 1283억원의 재정 절감(오리지널 단독 처방 대비 평균 재정절감 효과 34.7%) 효과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제네릭의약품이 국내 감염병 대응력 강화,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 의약품 접근성 제고 등 다방면에서 공공의료 시스템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 개발 신약의 사회적 후생효과 분석에서도 소화성궤양 치료제(케이캡·펙수클루·자큐보 등)의 처방금액이 100만원 증가할 때마다 병원 방문일수가 3일, 보험청구건수가 2.9건씩 감소하는 등 소화기 질환에 대한 의료이용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

    또 국내 백신산업은 공공보건 기여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3년 국내 백신 시장 유통액은 5060억원으로 2019년 대비 52% 증가했다. 이 중 국내 생산실적은 3219억원으로 5년간 연평균 16.3% 성장했다. 여기에 국내 예방접종 대상 백신의 자급률은 2019년 52.8%에서 2023년 63.6%로 증가해 주요 백신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일부 낮췄다. 

    다만 예방접종 대상 백신 22종 중 11종은 여전히 전량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보고서는 국내 주요 백신 제조사들이 WHO PQ(사전적격성평가) 인증 확보, 국제 조달시장 진출, 자체 개발 제품의 수출을 통해 국제 공중보건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GC녹십자(지씨플루), 유바이오로직스(콜레라 백신 WHO·유니세프 독점 공급), SK바이오사이언스(스카이코비원 WHO 긴급사용승인) 등이 국제 공중보건에 기여한 대표 사례로 꼽혔다.

    연구책임자인 정지은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부가가치 창출과 고용 확대에 기여하는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민 건강 증진과 공공 재정 절감에도 기여하는 가치가 큰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신·희귀난치병치료제·원료의약품 등 수익성은 낮지만 공공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 기술 성과 확보와 공동 개발을 지원해 기업들의 혁신과 생산을 유인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체계나 우대제도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