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수요예측에 2.5조 몰려 … 목표 7배 흥행최대치 7천억 발행, 금리 4%대→3%대 낮출 예정자사주 소각·BESS 투자로 경쟁력 강화 '속도전'
  • ▲ 아크에너지 리치몬드밸리 BESS 및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 3차원(3D) 예상도. ⓒ고려아연
    ▲ 아크에너지 리치몬드밸리 BESS 및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 3차원(3D) 예상도.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의 긴 터널 속에서도 시장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최근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고려아연은 이번 자금조달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투자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최근 35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는 총 2조5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모집액 대비 약 7배가 넘는 자금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 고려아연은 최대치인 7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수요예측에 앞서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된 가운데서도 시장의 신뢰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신용평가는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등급 낮췄다. 나이스신용평가도 고려아연에 ‘AA’ 등급을 부여 중이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외부 차입을 통한 자사주 취득으로 현금 유출이 확대된 점을 주요 하향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신평사는 “글로벌 수위의 설비경쟁력에 기반해 매우 우수한 사업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고려아연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고려아연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전액 채무상환에 쓸 예정이다. 오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 무역금융의 이자율은 4.68%에서 4.89% 수준으로, 차환을 통해 2.9%대에서 3.2% 수준까지 이자율을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4월 초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경영권 분쟁 당시 연 6.5%대 고금리로 빌린 1조원 규모 차입금을 상환한 바 있다. 지난달에도 20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3%대 이자율에 발행, 고금리의 사채들을 차환했다.

    고려아연은 적극적인 리파이낸싱 전략과 함께 주주환원 정책에도 주력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적대적 M&A’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공개 매수로 취득한 자사주 204만30주(발행주식의 9.85%)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6월과 9월 각각 자사주 68만10주를 소각했으며, 남은 자사주 물량 전체는 12월 소각할 계획이다. 자사주 소각이 완료될 시 연간 기준 총주주환원율은 200%대를 기록, 고려아연이 제시한 주주환원 목표치인 ‘3년 평균 총주주환원율 40% 이상’ 달성을 충족하게 된다.

    고려아연은 미래사업 투자에도 한층 속도를 낸다. 고려아연의 호주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 전문 자회사 아크에너지(Ark Energy)는 최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정부로부터 1조원 규모의 대형 BESS(에너지저장장치) 및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한 개발계획을 승인받았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추진하는 신성장 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주요 축이다. 아크에너지는 이번 개발계획 승인에 이어 뉴사우스웨일스 주 정부로부터 사업 승인까지 받으면, 2027년 하반기 상업 운전을 목표로 공사 일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아크에너지는 200MW(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소와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를 함께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설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 거주하는 약 17만5000가구에 매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계획으로, 고려아연은 태양광 발전소 가동을 통해 연간 37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