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안보·산업 전력 수요 급증에도 원전 외면신규 원전 공모 중단에 '탈원전 시즌2' 우려원자력 기술은 군사에만? 산업·민생엔 배척이중 잣대에 전문가들 비판 "AI 강국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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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뉴시스
원자력 잠수함 시대가 열렸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탈원전' 기조에 발목 잡혀 있다. 군사적 활용은 괜찮고 산업·민생에는 원전 기술을 배척하는 모순된 정책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인공지능(AI)·안보·산업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원전 확대 없이 국가 미래도 심각히 위협받을 거란 지적이다.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시대의 문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중국 잠수함 추적의 한계를 지적하며 원잠 도입을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다.이번 결정은 한미 양국이 단순한 안보 중심의 동맹이 아닌 기술·산업동맹으로 확장시키는 계기로 평가된다. 원잠은 핵무기와는 무관하며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고도의 기술 집약적 군사 자산이다. 한국이 원잠을 보유하게 되면 원자력 기술 활용의 최고 단계에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탈원전'이라는 낡은 구호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원자력 발전 기술과 생태계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비판이 많다. 원자력 기술은 군사와 산업이 긴밀히 연결된 분야이며, 한쪽만 키우고 다른 쪽을 줄이는 것은 기술적·전략적·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AI 3대 강국 외치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은 외면정부는 최근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울진, 영덕, 경주, 울주 등 최소 4개 지자체가 원전 유치를 희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 절차는 멈춰 있다. 고리 2호기의 재가동 심사도 계속 미뤄지고 있으며, 원전 건설을 위한 공모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미 짓기로 결정된 신규 원전에 대해 공론화를 다시 거치고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펼칠 것을 재차 강조했다.그는 "원전이 위험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고 신규 원전 건설은 공론화 절차를 거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고리 원전 2호기의 계속 운전 여부에 대한 판단 보류와 관련해선 "원전 수명 연장은 안전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원전에 부정적인 견해를 재차 드러냈다.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시즌2'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AI·산업·안보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안정적 전력 공급원인 원전을 외면한 채 불안정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를 지키겠다는 발상은 시대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짚지 못한 근시안적 사고란 지적이다.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AI 산업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인프라의 총체적 역량을 시험하는 분야"라며 "특히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연산 장비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 없이는 AI 생태계 자체가 유지될 수 없는데 이재명 정부는 전력 공급의 핵심인 원전 확대에는 소극적이다"라고 비판했다. -
- ▲ 장보고Ⅲ BatchⅡ 1번함인 장영실함(3600톤급)이 지난 21일 진수식을 앞두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전시되어 있다. ⓒ뉴시스
◇세계는 '친원전'으로 회귀 … 한국만 여전히 탈원전으로 역행전 세계는 탈(脫)탈원전, 즉 원전 친화적인 흐름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와 800억달러 규모의 신규 원자로 건설 협약을 체결했고, 일본도 이에 투자하며 원전 기술 확보에 나섰다. 영국과 프랑스는 원전 확대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중국은 원전 건설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아마존을 비롯한 7개 글로벌 기업이 5년간 국내에 90억달러(약 12조9000억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도 한국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다시 말해 원전 인프라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그런데도 한국은 단지 원전의 '위험성'을 이유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생태계를 해치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낮은 효율, 높은 비용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으며, 수백조 원의 투자 없이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이재명 정부의 원전 배척 기조는 단순히 발전소 숫자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원자력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원자로 설계, 핵연료 개발, 안전관리 기술, 관련 인력 양성 등 모든 분야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원잠에 필요한 기술력 확보 또한 어려워진다.이런 상황에서 원전 건설 및 유지·보수 역량을 유지하는 동시에 핵연료 자립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원잠을 운용하려면 고도의 원자로 기술과 운용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원자력·신재생·자원 팀장인 김신우 외국변호사(미국)는 "지금부터 단기 및 중장기 전략을 세워 독자적인 원자력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가장 검증된 파트너로 평가받는 만큼, 미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전략적으로 우리만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대기업들도 최근 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자력으로 이행하기로 방향을 틀었다"며 "원전 없이 AI를 키우겠다는 전략은 결국 '전력 빈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는 만큼 에너지 정책부터 재정비하고 '탈원전'이라는 미신과 이념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