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 부처 분리는 수출 경쟁력에 족쇄 채우는 어리석은 결정""산업 동력 약화시키고 국민들은 만성적 전기요금 인상 부담"한수원 노조도 "정부조직개편 반대" 릴레이 1인 시위 나서원전 주도권 잃은 산업부 … 이달 원전 장관급 국제회의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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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기장군의 한 해안가에서 시민들이 고리원전 1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을 환경부로 옮겨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하는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원전 산업을 주도하는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의 시위에 이어 학계에서도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 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까지 갔다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사회생했다.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수주하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입증한 것이다.에너지 업계와 학계에서는 정부의 조직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한국 원전 산업이 또다시 주저앉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한국원자력학회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원전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산하 에너지 산업 정책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되고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몸집이 커지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명칭은 산업통상부로 바뀐다. 원전 산업 정책은 기후부가 맡지만, 석유·가스·석탄·광물 등을 담당하는 자원산업정책국과 원전 수출 정책을 담당하는 원전전략기획관 조직은 산업부에 존치된다. 정부의 에너지 기능이 두 동강이 난 것이다.원자력학회는 이미 원자력 연구개발(R&D) 및 규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전 산업은 산업부로 기능이 나뉘어 있는데 이를 또 쪼개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원자력학회는 "담당 부처를 구분하는 것은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기관과 현장의 실무자들은 세 부처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릴 것"이라며 "원전 수출은 국내의 성공적인 원전 건설·운영 경험과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국내 산업과 해외 사업의 주무 부처를 분리하는 것은 거대한 세계 시장을 앞에두고 스스로 우리 수출 경쟁력에 족쇄를 채우는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했다.아울러 원자력학회는 환경부 중심의 에너지 거버넌스로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원자력학회는 "인공지능(AI) 혁명과 데이터 센터 확충,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대규모 기저 전력 확보가 국가 최우선 과제가 된 상황"이라며 "이럴 때 원전 건설·운영을 규제 중심 부처에 맡기면 산업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특히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는 커녕 공급 능력을 후퇴시키는 시대착오적 결정"이라며 "산업 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들에게는 만성적인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부담을 떠넘길 것"이라고 비판했다.앞서 한수원 노조도 9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관련해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이날 강창호 노조위원장을 시작으로 이달 중에 잇따라 1인 시위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1인 시위를 통해 원전 조직·기능 등을 둘로 쪼개지 않고 기존 산업부에 존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산업부는 원전 건설·운영 정책 기능이 환경부로 넘어가면서 반쪽이 될 판인데, 원전 신규 건설 및 산업 진흥을 논의하는 장관급 국제 행사에 의장국으로 나서야 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산업부는 이달 18일(현지시간)부터 파리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청(Nuclear Energy Agency·NEA)과 함께 제3차 원자력 장관 회의를 주관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윌리엄 매그우드(Magwood) NEA 사무총장이 공동 의장을 맡는다.매그우드 사무총장은 지난해 NEA가 한국을 3회 의장국으로 지목하면서 "한국의 원전 분야 성과는 다른 국가들에 모범적인 사례"라고 치켜 세웠다. 정부조직개편으로 산업부는 원전 분야에서 주도권을 잃게 됐는데 원전 관련 국제 회의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이다.세계 시장에서 한국 원전의 주가는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에너지 장관 회의 참석차 방한한 제임스 댄리 미국 에너지부 차관은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을 만나 자국 신규 원전 사업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 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이런 상황에서 원전 산업 정책은 탈원전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주관하게 됐다. 김 장관은 서울 노원구청장이던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옹호하면서 "원전과 대형 석탄 발전소를 더 짓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4월엔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고 우리 경제를 망치는 길"이라고 했다.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안대로 원전 산업을 두 부처로 분리해 관리하면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원전 산업이 또다시 내리막길을 걷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