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원 아시아 한국 심사위원단 인터뷰] ③임완 PTKOREA 카피라이터"아시아가 가진 고유한 색깔과 문화적 배경, 원 아시아에선 심도 깊게 토론해""기술 카테고리에서도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 바로 카피라이터의 경쟁력"
  • ▲ 임완 PTKOREA 카피라이터.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 임완 PTKOREA 카피라이터.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기술의 시대에도 브랜드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다. 임완 PTKOREA 카피라이터는 아시아 각국의 문화를 담은 크리에이티비티들을 보며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체감했다고 말한다.

    브랜드브리프는 PTKOREA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는 임완 프로를 만나 2025 원 아시아(One Asia) 심사 후기와 그로부터 얻은 인사이트를 청해 들었다.

    임완 프로는 이번 원 아시아에서 크리에이티브 AI 활용(Creative Use of AI),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활용(Creative Use of Data), 크리에이티브 기술 활용(Creative Use of Technology), 다이렉트 마케팅(Direct Marketing), 경험&몰입(Experiential & Immersive), 미디어(Media), PR(Public Relations), 소셜미디어(Social Media) 등의 카테고리를 심사했다.

    임 프로에 따르면 이는 전략과 인게이지먼트(Strategy & Engagement)가 키워드인 부문이다.

    그는 "인게이지먼트란 사람들의 직접적인 반응을 어떻게 이끌어내는가, 그리고 얼마나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는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단순한 노출 효과보다 실제 소비자나 타깃이 브랜드 캠페인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고 변화에 참여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며 "다이렉트 마케팅, 경험 마케팅처럼 캠페인의 맥락 속에서 소비자와 브랜드가 어떻게 연결되고 상호작용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임완 프로만의 포인트는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만한가'였다. 그는 "전략과 실행 과정이 머릿속에 투명하게 그려질 만큼 명확하고 단순한 아이디어, 즉 현업에서도 즉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인 아이디어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임 프로는 "각 나라는 물론 도시마다 고유한 색깔과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 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단순히 캠페인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원 아시아는 아시아 캠페인이 가진 맥락적 의미나 중요성을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 ▲ 이것은 KFC가 아니다(THIS IS NOT KFC) 캠페인. ⓒ태국 KFC
    ▲ 이것은 KFC가 아니다(THIS IS NOT KFC) 캠페인. ⓒ태국 KFC
    태국의 울프 BKK(WOLF BKK)가 제작한 '이것은 KFC가 아니다(THIS IS NOT KFC)' 캠페인이 그 예다. 태국 의료계에선 치킨을 주문하면 환자가 몰려온다는 미신이 있어 기피 음식으로 꼽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KFC는 지극히 태국적인 방법을 택했다. 바로 겉보기와 다르다고 신령에게 알리는 것이다. 

    실제로 태국에선 화요일에 태어난 사람은 흰색 차량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이 차는 빨간색이다(this car is red)'라는 표시를 달아두기도 한다. 이에 KFC도 '밥만 있고 닭고기는 전혀 없습니다', '이 안에 날개는 없습니다'라는 식의 포장용기를 사용해 'KFC가 아닌 척'했다.

    임완 프로는 "실제 태국 심사위원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 미신이 굉장히 널리 퍼져있었다. 태국 문화의 배경을 몰랐다면 낮은 평가를 줬을 것"이라며 "자신의 브랜드를 부정하면서까지 소비자와의 유대감을 만들어 낸, 굉장히 용기 있는 캠페인"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한국에서 진행된 하이네켄의 캠페인들도 임 프로의 이목을 끌었다. 하이네켄은 1994년부터 UEFA 챔피언스리그의 스폰서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를 새벽에 시청해야 하는 아시아에선 팬을 어떻게 불러모을 수 있을까?
  • 상하이의 BBH가 대행한 '팬텐더(Fantenders)'는 팬을 바텐더가 될 수 있게 했다. 인건비와 운영비가 높아 새벽 시간 운영을 하지 않는 중국 바 점주들에게 대안을 제시했다. 싱가포르의 르펍(LEPUB)이 대행한 '트러스트바(Trust Bars)'는 한국에선 이미 익숙한 무인판매 시스템을 활용했다. 팬들이 직원 없이도 바에 모여 맥주를 결제하고, 생중계를 즐길 수 있게 한 캠페인이다.

    임 프로는 "하이네켄과 같이 큰 브랜드는 글로벌로 전략이 나오고 각 지역마다 로컬라이징하는 식인데, 중국과 한국의 사례가 비교돼 보는 재미가 있었다"며 "사실 한국인으로선 무인 판매가 이미 자리잡은 시스템이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인데, 외국 심사위원들은 '한국의 문화적인 특수성을 잘 활용했다', '한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며 극찬을 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원 아시아 심사위원들이 주목했던 대다수의 작품들이 로컬 문화에 맞닿아 있었다"며 "한국 출품작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듯한 작품들만 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화적인 맥락에 대한 설명을 보완한다면 한국에서도 보다 많은 수상작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임완 PTKOREA 카피라이터.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 임완 PTKOREA 카피라이터.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AI 시대? 스토리텔링은 카피라이터의 진짜 경쟁력"

    특히 이번 원 아시아의 트렌드에 대해 임완 프로는 "이제 AI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기술을 그저 효율성을 위한 도구로 썼을 때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기술 자체를 크리에이티브하게 사용해 실제 어떤 성과까지 냈는지가 뚜렷하게 보이는 캠페인들이 수상을 했다"며 "기술 카테고리에서도 컨셉이나 스토리텔링, 결국 '크리에이티비티'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변화든 결국엔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카피라이터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임 프로는 "데이터나 기술이 대두되고, 계속 변화하는 와중에도 사람의 감정과 이야기를 설계하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카피라이터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느꼈다. AI 시대일수록 인간적인 감각, 이야기를 만드는 힘이 카피라이터의 진짜 경쟁력"이라는 깨달음을 전했다. 

    임완 프로는 "매체가 다양해지는 것 또한 무조건 좋은 일이다. 새로운 매체가 늘어날수록 우리가 일할 수 있는 공간도 많아진다"며 "다만 소비자의 취향이 세분화되고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라진 만큼, 스스로 꾸준히 학습하고 새로운 미디어와 기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번 원 아시아 또한 글로벌 트렌드를 배우는 데 좋은 경험이 됐다"고 심사 소회를 밝혔다.

    한편 매년 주요 거점 시장을 순회하는 원 아시아 심사위원단은 지난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 모여 심사를 진행했다. 올해 한국에서는 남우리 스튜디오좋 대표 겸 ECD(Executive Creative Officer), 문나리 이노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원준호 현대자동차 테크놀로지 PR 시니어 매니저, 임완 PTKOREA 카피라이터, 정원희 이노레드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터지스트(Creative Strategist)(가나다 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원 아시아 최종 수상자는 11월 19일에 발표된다.
  • ▲ 원 아시아 심사위원단.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 원 아시아 심사위원단.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