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세 속 제약·바이오 소외, 지수·종목 모두 부진비수기·이벤트 공백 구간 … 비관보다 선별 전략 강조비만·MASH·ADC·유전자치료제 … 테마 전환 주목정책 변수·방어 전략 및 추천 종목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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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이 강한 탄력을 이어가는 동안 제약·바이오 업종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종 내 뚜렷한 주도주 부각이나 대형 기술이전 이벤트가 제한되면서 투자자들의 체감 온도도 낮아진 분위기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지금을 비관할 국면으로 보기보다는, 올해 주목될 종목을 선별해 담아갈 시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단기 모멘텀 공백 구간일 뿐 구조적 기대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바이오 TOP 10 지수는 올해 들어 3.7% 가량 오르는데 그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36% 넘게 올랐고, 반도체가 50% 넘게 오른것과 대조된다.

    같은 기간 주요 종목들을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 알테오젠 -9%, 삼성에피스홀딩스 -16%, 유한양행 -0.4%, SK바이오팜 -10%, HLB +5%, 펩트론 +9%, 셀트리온 +33%, 한미약품 +34%, 디앤디파마텍 -6%, 에이비엘바이오 -4%, 올릭스 -6% 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현재 1분기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전통적인 학회·컨퍼런스 비수기 구간이다. 시장을 흥분시키는 대형 기술이전 뉴스가 드물고, 기업들의 대외 활동도 제한되는 시기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3월 말부터 Bio Europe, ELCC 등이 열리며 기업들이 대외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기 전까지는 막연히 아직 공개되지 않은 무언가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다시 한 번 연간 전망을 되짚어 보며, 올해 주목 받을 종목을 골라 두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테마별로 보면 변화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비만 치료제 영역에서는 과열 국면 이후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이라는 평가다. 경쟁이 격화된 비만치료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에서 개발을 종료하고 삼중작용제 및 근육 증강제로 전략 축을 이동한 한미약품이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단순 비만 치료를 넘어 적응증 확장 경쟁이 본격화되는 흐름 속에서 T2D(제2형 당뇨병)와 비만 이후 Next indication으로 MASH(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 질환)와 뇌질환이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기업으로는 MASH 임상 2상 결과 발표를 앞둔 한미약품, 디앤디파마텍, BBB 셔틀 기술을 보유한 에이비엘바이오가 주목 대상에 포함된다.

    ADC(항체약물접합체) 테마 역시 계절적 모멘텀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4월 미국암연구협회(AACR), 5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시즌을 기점으로 관련 이슈가 본격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대장주로는 리가켐바이오가 거론된다. 

    유전자치료제 분야도 다시 관심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독일의 유전자 편집 스타트업 심리스 테라퓨틱스(Seamless Therapeutics)와 유전성 난청 치료제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원형(circular) RNA 개발사 오르나 테라퓨틱스(Orna Therapeutics)를 인수한 점이 상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협업 이력이 있는 올릭스, 알지노믹스, 수주 확대 흐름을 보이는 에스티팜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거시 환경도 업종 비관론을 자극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주요 선행 지표로 인식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나스닥 바이오텍 지수가 횡보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추세적으로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 등 정책 환경 역시 위험자산 선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업종 전반의 상승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논리다.

    정책 변수로는 약가 인하 개선안이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향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산정률과 산정 방법 등을 포함한 세부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선 이러한 국면에서도 업종 비중을 유지한다면 매출 구조에서 위탁개발생산(CDMO) 및 수출 비중이 높고 제네릭·개량신약 비중이 낮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다는 평가가 제시된다. 관련 종목으로는 셀트리온, 에피스홀딩스, SK바이오팜, GC녹십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등이 거론된다.

    2월 추천 종목도 제시됐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Top pick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6년 매출 성장 가이던스를 15~20%로 제시했음에도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5공장 ramp-up(생산증대)에 대한 확신을 요구하고 있으며, 6공장 착공 소식이 투자 심리를 자극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에 대해서는 연간 관점에서 긍정적 시각이 유지되지만, 약가 인하 영향이 있는 제약사라는 점에서 건보심 관련 내용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코스닥 Top pick으로는 리가켐바이오와 디앤디파마텍이 제시됐다. 리가켐바이오는 현재 주가가 파트너십 파이프라인 성숙도만으로도 설명 가능하다는 평가다. 신규 기술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주가 업사이드로 반응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 이벤트 공백 구간이지만 post-Enhertu(엔허투 후속) 임상 발표, 세포독성 약물 PBD 페이로드 기반 Cstone(씨스톤 파마슈티컬스) 파이프라인 등을 통해 ConjuAll(차세대 항체-약물 접합체) 플랫폼 가치가 재조명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디앤디파마텍은 화이자가 2025년 4분기 어닝콜에서 Met-224o(경구용 GLP-1 단일작용제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에 관심을 나타낸 점을 계기로 모멘텀 회복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에 5월 데이터 발표 예정인 MASH 치료제 DD-01(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 신약 후보물질), 미국 자회사 미국 자회사 뉴랄리(Neuraly)와 퍼스트바이오가 공동 개발한 NLY-02(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 15% 지분을 보유한 RPT 의약품 개발사 지알파(Z-alpha) 등도 주가 동력으로 제시된다.

    결론적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은 단기적으로 조용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를 과도한 약세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벤트 공백기일수록 테마 전환과 파이프라인 가치 재평가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연구원은 "제약사 주가는 이미 이 우려를 반영하여 호실적 발표에도 크게 오르지 못하고 횡보하는 분위기이나, 개선안이 발표되고 각 기업별 영향력이 계산되어 실적 전망 조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주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