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2035 NDC 53~61% 추진 … 묻지마 상향 논란반도체·車·석화·철강·시멘트 등 제조업 직격타제조업계 "시장 여건 무시한 탁상행정 … 48%도 벅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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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DC 공청회 모습.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으며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계는 앞서 정부가 제시한 ‘50~60%’ ‘53~60%’ 감축 목표도 과도하다고 판단, 하향 조정해달라고 호소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목표치를 더 올려 잡은 것으로, 업계는 산업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며 낙담하고 있다.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2018년 대비 53~61%로 정하는 데 합의했다. 최종 2035 NDC는 이르면 이번 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고, 다음 주 유엔(UN)에 제출된다.앞서 정부는 온실가스 목표치를 2018년 대비 2035년까지 각각 50~50%, 53~60% 감축하는 두 가지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현행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0% 감축’ 목표보다 한층 강화된 수치다. 산업계는 2035 NDC는 “48%가 한계”라고 호소해왔지만, 당정은 오히려 목표치를 더 올려잡았다.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권고, 헌법재판소의 결정, 미래세대의 부담, 국내 산업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공청회 의견을 수렴해 2035 NDC를 이같이 정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박 수석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감축 이행 계획이 담대하고, 또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세계에 공표할 필요성이 있다”며 산업계 우려에 대해서는 “비록 좀 과한 목표더라도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서 가려고 할 때 미래세대에 지우는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언급했다.산업계는 2035 NDC의 실현 가능성이 ‘제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2030 NDC는 40%로, 2035 NDC 하한선 기준은 이보다 최소 13%p 이상 높아진 수치다. 재생에너지 등 관련 인프라가 잘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NDC를 달성하기 위해선 탄소 감축 기술이나 설비에 더 큰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NDC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제조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이들 업종은 글로벌 무역전쟁과 경기침체, 중국의 저가공세 등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NDC 충족을 위한 투자와 배출권 구매에 투입될 비용은 늘고, 신사업 투자와 고용은 위축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특히 지난 5일 대한상공회의소를 포함한 한국철강협회, 한국화학산업협회, 대한석유협회 등 8개 업종별 협회가 이러한 우려를 담은 공동 건의문을 통해 정부와 국회에 산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호소하고, 현실적인 NDC 제안을 요구했는데도 오히려 목표가 상향되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반도체업계는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 다량의 탄소배출이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 등 인프라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기한 내 NDC 달성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투자 활성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NDC 목표 설정은 기업들이 추가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기업 부담 가중을 고려해 현실적인 목표 설정과 함께 규제 완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자동차 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2035년 무공해차 판매 목표를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앞서 2035년까지 무공해차를 840만~980만대 보급해 전체 자동차 중 무공해차 비중을 30~35%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이에 대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등은 지난 3일 2035 NDC의 현실적 조정을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무공해차 판매 목표는 사실상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가 전제돼야 해 이는 부품업계의 구조조정과 고용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철강업계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최대한 협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정부가 제시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기반 감축 계획이 기술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시점이 2037년 전후인 만큼 2035년까지 공정 전환만으로 최소 53% 감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생산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 경쟁력 약화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석유화학업계도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2035년까지 48% 감축이 그나마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해 정부 제시안을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공정 특성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시멘트업계를 비롯한 건설업계도 정부가 제시한 NDC가 현재로서는 실현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업계 현실을 반영한 단계적 감축과 기술지원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한 산업계 관계자는 “기업들도 저마다 탄소 감축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버거운 수준”이라며 “지금 수준의 감축률은 결국 ‘생산 축소’를 강제하는 셈이다. 산업 현실을 반영한 NDC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