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만회 재생, AI가 만든 노래에 열광하는 대중청취자 97% “AI·인간 음악 구별 못해”저작권·창작 생태계 위협 본격화
  • ▲ 빌보드 컨트리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뉴욕포스트
    ▲ 빌보드 컨트리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뉴욕포스트
    인공지능(AI)이 만든 노래가 마침내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 생성형 AI가 산업·노동시장을 뒤흔든 데 이어 이제 음악·예술 영역까지 사실상 침투하며 ‘창작자 대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미국 현지 매체 뉴욕포스트와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AI 가수 브레이킹 러스트(Breaking Rust)의 곡 ‘워크 마이 워크(Walk My Walk)’가 미국 빌보드 컨트리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다운로드 기준으로 집계되는 이 차트에서 AI 생성곡이 정상에 오른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해당 곡은 스포티파이에서도 350만회 이상 재생되며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브레이킹 러스트의 다른 곡들 역시 100만~400만 회 가까운 재생 수를 기록하는 등 AI 가수의 영향력은 이미 인간 가수와 견줄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 컨트리 음악계는 강한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음악 전문매체 위스키 리프의 애런 라이언 편집자는 “이 노래의 가장 큰 문제는 작곡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진정성을 핵심 가치로 여기는 컨트리 음악계에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일반 팬들은 오히려 곡의 출처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브레이킹 러스트의 인스타그램에는 “목소리 미쳤다”, “작곡 천재 아닌가”, “실존 인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일부 팬들은 AI 가수에게 투어를 요청하는 등 AI임을 인지하지 못한 반응까지 나타났다.

    AI 가수가 빌보드 차트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9월에는 AI R&B 가수 자니아 모네가 만든 ‘렛 고 렛 고(Let Go, Let Go)’가 가스펠 차트 3위에,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How Was I Supposed To Know)’가 빌보드 차트 20위에 올랐다.

    영국 가디언은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의 분석을 인용해 “AI 음악이 차트를 장악하는 이유는 폭발적 생산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글로벌 플랫폼에 업로드되는 음악 중 약 34%(하루 5만곡)이 AI 생성 곡이다.

    디저가 8개국 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7%가 인간 음악과 AI 음악을 구별하지 못했다. 절반 이상은 “구별할 수 없어 불편하다”고 답했으며, 이는 대중이 이미 AI 음악 홍수 속에 놓여 있음을 방증한다.

    빌보드는 최근 발표에서 “AI 음악은 더 이상 호기심이 아니다. 이미 차트에 활발히 진입하고 있으며 그 수는 빠르게 증가 중”이라며 “실제로는 더 많은 곡이 AI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이제는 구별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음악·예술이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산업적 효율성과 상업적 성공을 무기로 AI가 ‘창작 시장’을 본격적으로 잠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AI가 빌보드 1위에 오른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술 이슈를 넘어, 인간의 예술·창작 노동이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신호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