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면서 날씨 변화가 무쌍한 계절에는 면역력이 약화되기 쉽다.
이러한 틈을 타서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감염질환이 유행하게 되는데 이때에는 주로 바이러스성 감염질환이 유행을 하게 된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창궐하여 수백, 수천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 되고 있는 요즘, 사람에게는 독감이 유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가 한 가지 더 유념해 두어야 할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대상포진이 있다. 오늘은 독감과 대상포진을 중심으로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질환들에 대해 알아본다.
요즘 주변에는 '감기 기운'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감기의 주요 증상인 오한, 발열, 두통,몸살, 콧물, 기침, 가래 중 한두 가지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있다고 모두 감기는 아니다. 독감, 대상포진, 알레르기 비염, A형 간염 등도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자가 치료로 충분히 나을 수 있는 일반 감기와는 달리 오한 발열 두통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과 함께 기침, 인후통과 같은 호흡기 증상의 갑작스런 시작을 특징으로 하는 급성 열성 호흡기질환이다.
합병증으로 폐렴을 일으킬 수 있고 이 폐렴이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독감 예방 접종으로 독감을 예방하도록 해야 하며 노약자, 임산부,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에게서는 특히 주의를 요한다.
대상포진은 처음엔 오한.발열.두통 등 전형적인 초기 감기 증상을 보이며 특정 부위가 따끔하거나 화끈거리는 불쾌감이 함께 나타나다가, 3~4일쯤 지나면 띠처럼 길게 수포를 형성하는 특징적인 피부병변을 일으키는데, 이때 피부 불쾌감은 무시무시한 통증으로 바뀐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보통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뒤 몸속 신경절에 잠복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다시 활성화되면서 피부로 내려와 염증을 일으키거나, 심하면 전신으로 퍼지게 되는 질병이다.
대상포진에서 피부의 병적인 증상은 신경근의 지각신경이 분포하는 부위에 국한되어 붉은 반점이 신경을 따라 나타난 후 여러 개의 물집이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 이렇듯 지각 신경을 따라 염증성 병변을 형성하므로 부위에 극심한 통증과 감각이상을 동반하게 된다.
대상포진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이 통증 때문이다. 환자마다 이 통증을 '칼로 베인 듯한' '수십 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한' '전기가 흐르는 듯한' '타는 듯한' 통증이라고 호소한다. 대상포진도 독감처럼 합병증을 남긴다. 수포가 가라앉은 뒤에도 수개월에서 수년간 통증이 줄어들지 않고 이어지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심한 통증은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건 물론 우울증과 만성피로를 유발하여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대상포진이 얼굴에 나타났다면 드물게 시력과 청력을 앗아가기도 한다. 감기로 오인하고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료기간과 통증 강도가 더 심해지므로, 오한.발열과 함께 특정 부위가 화끈거리거나 따끔한 증상이 있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을 찾는 게 좋다.감기와 이들 바이러스 질환은 치료법도 다르다.
사실 감기엔 치료약이 없다. 그저 푹 쉬면 감기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약국, 편의점에서 쉽게 사 먹는 감기약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이다. 반면에 독감과 대상포진은 항바이러스제를 써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두 질환 모두 초기부터 적극 치료해야 효과가 좋다. 특히 대상포진은 초기 대응이 빠를수록 통증 강도가 줄어든다. 대한마취과학회는 임상진료지침을 통해 ‘피부 발진이 일어난 지 72시간 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빈도와 강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항바이러스제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치료한다면 문제는 없겠으나,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다. 독감.대상포진엔 예방백신이 있어 간단한 접종으로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여기에 폐렴구균 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게 좋다.
독감, 대상포진, 폐렴구균 백신은 '노인 백신 3종 세트'라고 불린다. 대상포진은 한 번 맞으면 평생 다시 접종하지 않아도 된다.
그 밖에 A형 간염, 알레르기 비염, 말라리아 감염, 천식 등 감기 증상을 보이는 질환들이 있다. A형 간염은 발열, 피로감, 식욕부진, 오심, 복통 등의 증상과 함께 검은색 대소변, 황달의 소견을 보이며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콧물, 코막힘, 재채기, 가려움증 증의 증상을 보인다. 콧물이 맑고 발열 증상이 없는 점으로 감별할 수 있다. 천식은 숨을 쉴 때 쌕쌕 소리가 나며 밤에 이 증상이 더 심해지는 호흡곤란 및 기침의 증상을 나타낸다.
말라리아의 경우는 말라리아 유행지역에 다녀온 병력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겠다. 물론 심한 증상이 있는 경우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단순히 감기라는 자가 진단 하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위와 같은 질병들의 개념을 염두에 두고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을 대비하는 것이 나 스스로의 건강을 책임지는 태도가 아닐까?
/적십자병원 병리과장 (PhD,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