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 수요 폭증에 범용 D램·낸드 공급 부족 심화샤오미·화웨이, 조달 불안 속 자국 메모리 비중 확대로컬 채택 확산 … 中 공급망 확대 진입 창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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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가격 급등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공급 부족이 본격화하면서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세트업체들이 자국산 메모리 채택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서다.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강력한 내수 수요를 기반으로 범용 제품의 생산 기반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장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지며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폭증한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생산 비중을 조정한 영향이 크다.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제품에서 수익성이 크게 높아지자 스마트폰·PC용 범용 제품에 배정되는 생산 능력을 상대적으로 줄이며 쇼티지(공급 부족)가 심화된 것이다.이 같은 공급 조정은 가격 급등세로 직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최신 PC용 D램인 DDR5 16기가비트(Gb) 제품 가격은 전날 기준 개당 24.8달러로 한 달 새 136.8% 올랐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512기가바이트(Gb) 트리플레벨셀(TLC) 낸드플래시의 11월 둘째주 현물가격은 6.5달러로, 전주 대비 17.0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신 제품뿐 아니라 구형 DDR4·TLC 제품 전반에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는 등 범용 메모리 전반의 흐름이다.가격 상승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중저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온 중국 세트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IT 제품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부품 가격이 급등하면 제조원가 부담은 커지지만, 즉각 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려운 탓이다. 저가 제품일수록 가격 인상 폭을 흡수하기 어려워 압박이 더 커진다. 실제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최근 잇달아 제품 가격을 조정하거나 자국 메모리 기업과의 거래 비중을 늘리는 등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샤오미는 지난달 플래그십 스마트폰 ‘레드미 K90 프로 맥스’를 전작보다 300위안(한화 약 6만원) 높은 3999위안(약 80만원)에 출시했다. 루 웨이빙 샤오미 사장은 웨이보를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망 전반의 비용 압박이 신제품 가격에 실제로 반영됐다”며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오르고 있고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핵심 부품 자체 조달에 나서고 있다. 중국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샤오미는 최근 기존에 거래 경험이 없던 중국 반도체 업체들과 일부 메모리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 급등 국면에서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화웨이 역시 자국 주요 메모리 제조사의 생산량을 사실상 모두 확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내수 중심의 조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 셈이다.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 메모리 자립화 전략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CXMT의 글로벌 매출 점유율은 5%에 그쳐 기술력·수율·고성능 제품 대응 측면에서 한국과 중국 업체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이 각각 35%, 34%, 25%를 차지하며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구조다.기술력에서는 한국과 미국 기업 대비 격차가 여전히 크지만, 범용 제품 중심으로 생산 기반을 확장하는 데에는 중국의 내수 규모가 강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PC용 중저가 제품은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단기간 내 생산 능력을 늘리기 용이한 편이다. 현재 중국의 CXMT는 DDR4 8Gb eTT를, YMTC는 512Gb·256Gb·128Gb TLC 낸드플래시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특히 중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최우선 산업 전략으로 내세우면서 로컬 메모리 채택 확대는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의 수출 규제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국산 칩 사용 비중을 늘리는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입지는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물론 기술력과 수율 확보, 안정적인 양산 체계 등 핵심 영역에서 중국 메모리 기업이 당장 글로벌 시장을 흔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번 가격 급등·공급 부족 국면이 중국 업체들에게 시장 경험을 축적하고 공급망을 확대할 수 있는 진입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공급 부족이 장기화할수록 중국 세트업체들은 로컬 제품을 더 많이 채택하게 되고, 이는 다시 중국 내 메모리 생산 기반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AI 서버향 수요가 여전히 강한 흐름을 보여 내년 상반기까지 범용 제품의 공급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 시기에 중국 업체들이 일정 수준의 시장 경험을 쌓는다면 향후 가격 변동기마다 로컬 메모리 채택이 반복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