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생산 전 과정 美 내재화 추진 … 국내 후공정·파운드리업계 타격 예상외부 위탁 생산 축소 조짐에 글로벌 파운드리 판도 재편 가능성반도체 생산부터 적용까지 한 국가에서 '올인원' … 국가 간 패권경쟁 심화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전경 ⓒ삼성전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년까지 인공지능(AI) 칩 생산을 위한 자체 반도체 팹(fab)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특히 한국 반도체 산업, 그중에서도 후공정 산업과 파운드리 공급망에 중대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xAI와 테슬라, X(옛 트위터)를 아우르는 AI 개발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칩 설계뿐만 아니라 패키징, 제조까지 수직 통합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현재 엔비디아 H100, B200 등 고성능 GPU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독립적인 반도체 생산 생태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머스크는 이미 자체 AI 칩인 '크세노스(Xenos)' 설계를 완료하고, 초도 물량은 TSMC를 통해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실제로 내년까지 미국 내 텍사스 또는 네바다 지역에 월 100만 장 규모의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춘 팹이 실제로 가동되면 기존 글로벌 파운드리 수요는 상당 부분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머스크의 이번 전략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칩 후공정까지 미국 내에서 모두 해결하겠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혜택을 바탕으로 미국 내 패키징 전문 스타트업이나 FOPLP(Fan-out Panel Level Packaging) 기술 기반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칩 생산의 전 과정을 미국 내에서 자체 수행하려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한국이 강점을 지닌 패키징, 기판(PCB) 산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DS부문, SK하이닉스, 심텍, 대덕전자 등은 현재까지 글로벌 AI 칩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후공정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머스크의 자립 전략이 현실화되면 이들 기업의 글로벌 위상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초기 AI 칩 생산은 당분간 삼성전자나 TSMC 같은 기존 글로벌 파운드리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지만 자체 팹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협력 구도는 빠르게 바뀔 수 있다. 테슬라, xAI, 트위터(X) 등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의 AI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를 외부에 위탁하는 대신 자체 생산으로 돌리려는 흐름이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AI 칩을 중심으로 한 기업이 설계부터 생산, 조립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 지금처럼 국가와 기업들이 역할을 나눠 협력하던 기존 글로벌 반도체 공급 체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중심의 기술력과 고급 패키징 기술, 그리고 대규모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이 칩 설계뿐 아니라 생산과 후공정까지 자국 내에서 직접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 하청을 넘어서는 전략적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미국 내 반도체 자립 정책과 테슬라 같은 민간 기업의 팹 구축이 맞물리면 한국의 파운드리와 패키징 기업들은 핵심 공급망에서 배제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머스크의 이번 AI 칩 생산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경영 전략을 넘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체계를 뒤바꿀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꿈에 부풀어 있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이 같은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