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도소매·게임·운수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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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호황과 소비심리 회복에 힘입어 11월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1년 넘게 이어진 부진에서 뚜렷한 반등 조짐을 보였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를 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2.1로 집계됐다. 전월(90.6)보다 1.5포인트 상승했고, 지난해10월(92.5)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CBSI는 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 주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묶어 만든 지표로, 2003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의 평균을 100으로 둔다. 100을 웃돌면 장기 평균보다 경기를 낙관적으로, 100 미만이면 비관적으로 보는 것으로 해석한다. CBSI는 2022년말 이후 줄곧 100 아래에 머무르고 있어 '호황'으로 보기엔 아직 거리가 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함께 개선됐다. 11월 제조업 CBSI는 92.7로 전월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제품재고(기여도 +1.1포인트)와 업황(+0.4포인트)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세부 업종별로는 전자·영상·통신장비, 금속가공, 석유정제·코크스 업종이 회복을 주도했다. AI(인공지능) 산업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과 수출이 함께 뛰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의 생산과 수주가 개선됐고, 조선사와 해상풍력발전 관련 물량이 늘면서 금속가공업의 업황과 수주도 함께 나아졌다. 정제마진 확대와 국제유가 하락은 석유정제·코크스 업종의 채산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비제조업 CBSI는 91.8로 전월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채산성과 자금사정 인식이 각각 1.0포인트씩 나아진 것이 주요 요인이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 정보통신업, 운수창고업을 중심으로 개선 폭이 컸다. 의약품·에너지원·농산물 관련 도소매업체의 자금사정이 호전됐고, 신작 게임 흥행으로 일부 게임사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정보통신업 체감경기도 개선됐다. 국제 운임 반등과 유가 하락으로 운수창고업의 채산성·자금사정도 완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혜영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은 “영업일수 회복과 반도체 호조가 제조업 심리 개선에, 소비심리 회복이 도소매를 중심으로 비제조업 지수 상승에 각각 기여했다”면서도 “전산업 CBSI가 여전히 장기 평균 100을 밑돌고 있어 경기 상황을 ‘좋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체감경기가 나아졌음에도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 요인은 여전히 뚜렷하다. 한국은행 조사에서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경영상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내수 부진’을 꼽았다. 제조업은 이와 함께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수출 부진’을, 비제조업은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인력난·인건비 상승’을 주요 애로로 지적했다.

    12월 CBSI 전망치는 전산업 기준 91.1로, 11월 실적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지수가 단기간에 반등한 뒤 당분간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제조업 전망 CBSI는 91.7로 11월 실적보다 0.9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고무·플라스틱, 기타 기계·장비,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업황·자금사정·수주가 둔화될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됐다. 반면 비제조업 전망 CBSI는 90.7로 11월보다 0.5포인트 높게 나타나 운수창고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전기·가스·증기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됐다. 제조업에서는 생산성 전망이 0.2포인트, 비제조업에서는 채산성 전망이 0.9포인트 각각 개선됐다.

    기업 BSI와 가계의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11월 경제심리지수(ESI) 원지수는 94.1로 전월(94.4)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계절·불규칙 요인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94.6으로 0.8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기업경기조사는 11월11일부터 18일까지 전국 3524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이 가운데 제조업 1824개, 비제조업 1445개 등 3269개 기업이 응답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