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1년 반 수련 붕괴 … 정부 책임 먼저 밝혀야"의협 "의정협의·수급추계 전면 재정비 필요"교육·수련환경 붕괴 확인 … 정원 산출 근거·배정 기준 재검증 요구
  • ▲ 지난해 의대증원 확대 결정 이후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 현장. ⓒ이종현 기자
    ▲ 지난해 의대증원 확대 결정 이후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 현장. ⓒ이종현 기자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됐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근거의 적절성이 부족했다고 공식 결론 내리자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정책 실패를 명백히 드러낸 것"이라며 책임 있는 조치와 제도 전면 재정비를 요구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27일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부가 제시한 의사 부족 추계가 부적정한 예측을 토대로 산출됐으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내부적으로 단계적 증원을 선호했으나 대통령실이 일괄 증원을 요구하면서 증원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번 발표를 두고 "비합리적이고 폭압적이었던 지난 정권의 의대 증원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적 하자를 감사원이 명확히 밝혔다"며 "이제는 지난 1년 반 동안 수련을 포기해야 했던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현장 의견이 완전히 배제된 점을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하며 "의학교육과 수련 정책에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증원 발표 당시 약속됐던 강의실·실습실 확충이 이뤄지지 않았고 대학별 학생 수용 여건 검토 없이 정원이 배정된 점을 문제로 들었다. 

    대전협은 "선발된 학생들이 공간이 부족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향후 6년 이상 이어질 교육환경 악화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의협은 "이번 감사 결과는 우리가 지난 5월 제기한 문제점들이 사실로 확인됐음을 보여준다"며 "정책 결정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 전문가 협의 왜곡, 부당한 업무개시명령, 필수의료 붕괴 위험 등 여러 하자가 있었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감사 지적을 즉각 수용하고 앞으로 모든 의료정책에서 충분한 협의와 논의 과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현재 운영 중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역시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의정 협의 채널 전반의 재설계를 요구했다. 

    의협은 "잘못된 증원 정책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계 모두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2년 가까이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책임자들에 대해서도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감사 결과가 의사 인력 정책의 구조적 재검토를 촉발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2027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위한 새로운 수급 추계를 진행 중이며 감사원은 복지부와 교육부에 절차적 정당성 확보와 배정 기준 일관성을 당부했다. 

    의협 관계자는 "절차적 흠결을 보완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교육·수련 현장의 실질 참여까지 포함한 대대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