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기 국민연금, 해외주식 투자 92% 증가같은 기간 개인 금액은 74% 증가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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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에 고착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선에 바짝 다가서자, 외환당국은 그 원인으로 서학개미 행렬을 지목했다.당국은 서학개미의 아침 시간대 환전수요를 문제 삼았는데,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개인의 하루 평균 해외 주식 매수 규모는 전체 현물환 거래의 1%대에 남짓해서다. 반면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금액은 개인보다 1.5배 많고 더 공격적으로 해외 주식 투자를 늘려온 것으로 나타나, 개인 투자자에게 과도하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일반정부'의 해외 주식 투자는 총 245억1400만달러로, 전년 동기(127억8500만달러)보다 92% 급증했다. 같은 기간 '비금융기업등'의 해외 주식 투자는 95억6100만달러에서 166억2500만달러로 74%다.한은은 국제수지 통계서 일반정부는 사실상 '국민연금', 비금융기업등은 개인투자자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고 설명한다.투자 금액만 보더라도 서학개미가 국민연금에 한참 못 미쳤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지난해 1∼3분기 서학개미의 1.3배 수준이었지만 올해 1∼3분기 1.5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전체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34%로, 개인투자자(23%)를 10%포인트(P) 이상 앞섰다.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외환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명확하게 나타난다. 기획재정부가 한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등과 4자 협의체를 가동하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당국은 서학개미들의 환전은 실제 달러가 오가는 '현물환(Spot)' 거래로 영향이 크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설득력을 잃는다.지난해 일평균 현물환 거래 규모는 256억7000만달러로, 서학개미의 일평균 순매수액(약 3억달러)를 대입하면 비중은 1.1% 남짓에 그친다. 시장의 99%는 기업의 수출입 결제나 외국인 매매가 차지하는 셈이다.정작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주범은 외환파생상품 시장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외환파생상품 거래는 일평균 432억9000만달러로 전체 시장의 63%를 차지했다. 환율 방향성을 결정짓는 투기적 거래와 헷지 물량이 이 시장에서 쏟아져서다.정부는 최근 증권사를 소집해 오전 9시 개장 직후 환전 수요 집중 문제를 지목, 달러 환전 수요 분산을 요구했다.증권사들이 통합증거금 정산을 위해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인 오전 9시에 달러 매수 주문을 집중한다. 하지만 이는 단기 수급 이슈일뿐 환율을 1500원대까지 밀어올릴 만한 지속적 압력으로는 보기 어렵다.당국은 시장평균환율(MAR)을 활용하거나 주문 즉시 환전하는 방식으로 수요 분산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업계는 난색이다. 실시간 환전으로 전환하면 상계처리가 불가능해져 환전 수수료 절감 혜택이 사라져 현 시스템보다 투자자 입장에서 불리할 수 있다.한 증권가 관계자는 "지금의 환율 급등은 거대한 대미투자와 한미 금리역전, 기관들의 외환 수요 등 거시적 요인이 만든 결과"라며 "환율 1500원을 막지 못한 정책적 책임을 왜 개미들이 비용으로 떠안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