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총량규제 후폭풍, 사업자대출·온투업으로 몰리는 자금"확인만 안 되면 된다" 현장선 편법 안내까지 … 금융질서 흔들"사후단속으론 역풍 못 막아 … 대출안전망 재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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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5)는 최근 은행 창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상담하다가 뜻밖의 제안을 들었다. "사업자등록증만 내면 LTV(담보인정비율)를 90%까지 받을 수 있다"는 안내였다. 김 씨가 "집 사는 데 써도 괜찮냐"고 묻자 영업직원은 "확인만 안 되면 된다"고 답했다. 김 씨는 대출상담사가 규제가 아니라 편법을 알려주는 현실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 집 마련 자금줄을 죄어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되레 '꼼수 대출'을 확산시키는 역풍을 낳고 있다. 현장에서는 막힌 규제의 틈새를 찾아 사업자대출·온투업(P2P) 등 규제 사각지대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선명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정책이 실수요자를 누르고 불법을 키우는 역설적 상황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업자대출은 LTV 최대 90%까지 가능해 규제를 우회한 주택구입 통로로 활용될 소지가 크다. 원칙적으로 사업 목적 외 사용이 불가능하고 위반 시 대출 회수 및 수사의뢰까지 이뤄질 수 있지만, 금융회사들이 자율 점검을 소홀히 하면서 부동산 매수 자금으로 전용되는 경우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한 시중은행 대출상담사는 "신용평가에 따라 다르지만, 주담대로 부족한 잔금을 사업자대출로 보완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3개월 뒤에 대출 용도 확인이 있지만, 일단 집부터 사는 게 맞다며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연말 대출 한도를 소진한 일부 은행은 대면 접수까지 제한하고 있으며, 지난달 대출을 잠시 중단했던 카카오뱅크는 재개 2시간 만에 일일 한도가 소진되기도 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속에서도 주담대를 다시 열어달라는 수요가 쇄도하면서 사업자대출이라는 꼼수 카드가 등장하는 셈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도 무규제 대출 통로로 부각되고 있다. 온투업은 DSR·LTV 등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과거에는 영끌 수요가 몰린 바 있다. 온투업 대출잔액은 10월 말 1조 4338억원(역대 최고)을 기록하는 등 규제 틈을 노린 투자자 유입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7월부터 전 금융권 사업자대출의 용도 외 유용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편법을 사후 적발하는 방식으로는 시장 교란을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부실채권비율은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0.61%)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연말 주담대 증가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12월 내 추가 규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기존 전수점검 결과에 따라 부동산 목적 사업자대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 피해 구제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의 자금 수요를 외면한 채 '규제→풍선효과→사후단속'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대출정책 불확실성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실수요자를 위한 '정교한 대출안전망'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것. 금융당국이 점검을 통해 투기 차단과 실수요자 보호의 균형점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투기 차단은 필요하지만, 실수요자의 대출 접근성까지 한꺼번에 죄면 편법만 양산하는 부작용이 커진다"며 "가계·사업자·온투업으로 이리저리 이동하는 풍선효과의 악순환을 끊을 정교한 대출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