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만명 빅데이터 분석 … 기존 서양 모형보다 과대예측 크게 줄어심근경색·뇌졸중뿐 아니라 심부전까지 예측 … 정확도 0.76~0.80한국인 특성 반영한 독자 모델 개발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 ▲ 미국심장협회 PREVENT 모형의 심뇌혈관질환 위험 예측 정확도. ⓒ세브란스병원
    ▲ 미국심장협회 PREVENT 모형의 심뇌혈관질환 위험 예측 정확도. ⓒ세브란스병원
    미국심장협회(AHA)가 개발한 심뇌혈관질환 예측 모델 'PREVENT(Preventing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Events)'가 한국인을 대상으로도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존 서양인 기반 위험도 모델이 한국인에서는 심혈관 위험을 지나치게 높게 추정한다는 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돼 왔던 만큼 PREVENT 모형이 국내 적용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이호규 교수 연구팀은 미국심장협회가 최근 개발한 PREVENT 모형의 예측 정확도를 한국인 대상 빅데이터로 검증한 결과, 기존 서양 모형보다 높은 판별력과 양호한 보정도를 보였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IF 22.3)'에 게재됐다.

    심뇌혈관질환 예방에서는 개인의 위험도를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혈압·콜레스테롤·당뇨병·흡연 같은 개별 수치만으로는 심혈관 사건의 실제 발생 위험을 정밀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여러 위험인자를 종합해 10년·30년 위험을 계산하는 예측모형이 활용돼 왔으나, 서양 성인을 기반으로 만든 기존 모형은 한국에서 과대예측 문제가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다.

    PREVENT 모형은 최신 역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점 외에도, 기존의 심근경색·뇌졸중 예측을 넘어 심부전 발생 위험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다만 그동안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유효성 검증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이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9년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30~79세 성인 765만5238명의 위험인자 정보를 PREVENT 모형에 적용하고, 2022년까지의 실제 심뇌혈관질환 발생 여부를 추적했다. 질환은 죽상경화성 심뇌혈관질환, 심부전, 전체 심뇌혈관질환으로 구분해 분석했으며 예측 성능 평가는 판별력(C-지수)과 보정 기울기 등으로 이뤄졌다.

    분석 결과 PREVENT 모형의 10년 위험 예측 C-지수는 0.766~0.805로 나타나, 미국 성인 대상에서 보고된 성능(0.736~0.830)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보정도에서는 죽상경화성 심뇌혈관질환의 보정 기울기가 남자 0.98, 여자 0.93으로 실제 발생률과 거의 일치했다. 심부전 보정에서는 남자 0.64, 여자 0.86으로, 남성에서 일부 과대예측 경향이 있었으나 기존 서양 모형의 과대예측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였다. 반면 2013년 미국에서 개발돼 널리 쓰였던 '통합 코호트 모형(Pooled Cohort Equations)'은 한국인에서 남자 0.46, 여자 0.50으로 위험을 크게 부풀려 예측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호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PREVENT 모형은 기존 서양 예측모형을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했을 때 나타났던 과대예측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해 연구 목적으로는 충분한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다만 임상에서 실제 치료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질병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 예측모형 개발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2025년도 개인기초연구사업 우수신진연구(씨앗연구)의 지원으로 출범한 다국적 공동연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수행됐다. 연세대 디지털헬스연구원, 일본 교토대·준텐도대, 미국 하버드대·노스웨스턴대·워싱턴대·보스턴대 등 다수 기관이 참여했으며 PREVENT 모형 개발에 참여했던 미국 연구진도 분석 과정에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