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에 지역화폐·성장펀드·기본소득 등 포퓰리즘 지출단기효과 불구 장기적 악재… 물가·환율·국가 신인도 '빨간불'OECD "재정 건전성 강화 계획 부재" … 韓 돈풀기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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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석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 수정안이 통과된 뒤 정부측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2025.12.02. ⓒ뉴시스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인 2일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지역사랑상품권과 국민성장펀드 등 포퓰리즘성 예산을 감액하지 않고 그대로 추진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장재정 기조로 돈이 시중에 대거 풀리면 물가를 자극하고 원·달러 환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대외 신인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국회는 이날 밤 열린 본회의에서 약 727조9000억원(총지출 기준)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을 가결했다. 정부 예산안이 시한 내 처리된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으로 정치적 의미는 크지만, 내용 면에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총수입 증가율은 4%에 미치지 못한 반면 총지출 증가율은 8%를 넘어 수입 증가폭을 크게 상회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고,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재정 운용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환율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논란의 핵심은 지역사랑상품권과 국민성장펀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내년 예산에 1조1500억원이 반영됐다. 소비 진작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비가 대거 투입되면서 총 24조원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이 가능해졌다. 정부는 수도권 8%, 비수도권 10%, 인구감소지역 12% 등 지역별 차등 할인율을 적용할 방침이다.국민성장펀드 예산 1조원도 그대로 유지됐다. 정부는 산업은행 기금과 민간 자금을 합쳐 15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투자 대상과 운용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크고, 고위험 투자로 인한 손실이 국민 세금이나 국민연금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 주민들에게 1인당 월 1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은 기존 7개 군 지역 외에 3개 군을 추가 지원할 수 있도록 대상을 늘리면서 예산도 637억원이 추가 반영됐다. 종전 정부안이 1703억원이니, 최종 예산은 2340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이 사업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향후 본사업으로 전환돼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막대한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어 재정부담이 불가피하다. 인구감소지역 69개군 전체로 확대되면 현재 기준으로 매년 4조901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이외에도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82억원이 유지됐다. 지난해 야당이던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특활비를 전액 삭감했지만, 정권을 잡은 뒤 다시 원상 복구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비판이 나온다.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사랑상품권과 국민성장펀드, 농어촌 기본소득 등 포퓰리즘성 성격이 강한 사업이 대규모로 반영되면서 이미 불안한 물가 상황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시중에 풀리는 자금이 소비를 인위적으로 늘리면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수요 과잉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특히 고환율 국면에서 재정 지출 확대는 원·달러 환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GDP의 4%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며 재정 건전성 악화를 경고했다. 결국 단기적 경기 부양을 위한 '돈풀기'가 장기적으로는 물가 불안, 환율 불안, 국가 신인도 하락이라는 삼중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OECD는 2일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단기 지원이 장기적 재정 누수로 이어지면 안 된다"며 "지출 계획에는 공공 재정을 지속 가능한 경로로 되돌리겠다는 초당적 약속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