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치환효소 기반 RNA 교정 치료제의 새로운 표준 제시RZ-001, 간암·교모세포종 FDA 패스트트랙·ODD 지정알츠하이머·망막질환 등 파이프라인 개발 가속화일라이 릴리와 1조9000억 규모 플랫폼 딜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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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욱 알지노믹스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조희연 기자
알지노믹스가 RNA 치환효소 플랫폼을 앞세워 코스닥 상장에 나선다. 회사는 DNA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 RNA 단계에서 돌연변이를 '멀티 교정'하는 독자 기술력으로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 릴리와 대형 플랫폼 딜을 성사시킨 만큼 난치성 암·희귀질환 분야에서 차세대 표준치료제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3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IPO(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이성욱 알지노믹스 대표는 "유전자치료제 시장은 10년 뒤 지금보다 5배 이상 커질 것"이라며 "알지노믹스는 RNA 치환효소에 기반한 멀티 교정 플랫폼으로 기존 기술이 도달하지 못한 영역을 공략해 글로벌 유전자치료제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2017년 설립된 알지노믹스는 독자 개발한 RNA 치환효소 기반 편집교정 플랫폼 '트랜스 스플라이싱 리보자임(Trans-splicing ribozyme)'를 활용해 항암 및 희귀난치성 유전자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다.이 플랫폼은 표적 RNA를 잘라내고, 치료 효능을 가진 정상 RNA를 접합·치환하는 기능을 하나의 분자 안에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돌연변이를 동시에 교정할 수 있어 환자마다 돌연변이 패턴이 제각각인 유전질환에 특히 강점을 가진다는 설명이다.이 대표는 "우리는 잘못된 문장을 철자 하나씩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정상 문장으로 통째로 갈아 끼우는 개념"이라며 "어디에 돌연변이가 있든 하나의 치료제로 모두 교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멀티 교정' 치료제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알지노믹스 기술의 또 다른 축은 안전성이다. 회사는 DNA를 직접 편집하는 대신 DNA의 복사본인 RNA만을 표적하기 때문에 원본 유전정보를 보존하면서 치료 효과를 낸다는 점을 강조한다. 외부 단백질을 동원하는 기존 유전자교정 기술과 달리 RNA 치환효소 자체가 효소로 작동해 세포 내 기전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면역원성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이 대표는 "원하지 않는 부위에서 교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미미하고, 설령 생겨도 일시적"이라며 "DNA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이 릴리가 우리의 기술을 선택한 핵심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알지노믹스의 핵심 파이프라인 'RZ-001'은 간암과 교모세포종을 적응증으로 하는 항암 유전자치료제다. 이 후보물질은 간암·교모세포종 모두에 대해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ODD)과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고, 교모세포종에 대해서는 동정적 치료목적 프로그램(EAP) 승인까지 획득했다.현재 국내와 미국에서 1/2a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간암 적응증에서는 로슈, 셀트리온과 면역항암제 병용 임상 협력을 맺고 약물을 무상 공급받고 있다.RZ-001은 텔로머레이스 mRNA를 표적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동시에 자살유도 RNA를 발현시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투 트랙' 기전을 가진다. 이 대표는 "간암을 넘어 다른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단일 물질로 다양한 암종을 공략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췄다"고 말했다.알츠하이머병을 타깃으로 한 'RZ-003'은 APOE4 유전자형을 가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나쁜 APOE4 RNA를 절단하고 보호적 역할의 APOE2 또는 크리스트처치 변이로 교체하는 전략을 취한다. 회사는 글로벌 제약사와 물질이전계약(MTA)을 맺고 기술검증을 진행 중이며, 임상 진입 전 단계에서 라이선스 아웃을 목표로 하고 있다.유전성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 'RZ-004'는 호주에서 1/2a상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임상 준비 단계에 있다. 특히 상염색체 우성 로돕신 변이를 표적하는 이 후보물질은 환자마다 150개 이상 다양한 돌연변이가 보고되는 질환 특성상 단일 교정 방식으로는 수십~수백 개의 약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알지노믹스의 멀티 교정 기술을 통해 하나의 약으로 모든 변이를 커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물질 역시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검증이 진행 중이며, 1/2a상 파트 A 종료 후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회사는 여기에 알츠하이머, 중추신경계(CNS) 희귀질환, 신경발달장애 등 200개 이상의 타깃 질환을 담은 유전자 뱅크를 구축해 플랫폼 기반 파이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알지노믹스의 기술 경쟁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의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이다. 양사는 지난 5월 약 13억3400만달러(약 1조9,000억 원) 규모의 RNA 편집·교정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계약 구조상 릴리가 유전성 난청을 유발하는 복수의 타깃을 제시하면 알지노믹스가 RNA 치환효소 플랫폼을 활용해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릴리에 이전하는 방식이다. 전임상·임상·생산·상업화는 릴리가 담당하며, 알지노믹스는 타깃마다 선급금·연구개발비·마일스톤·로열티를 단계별로 수령하게 된다.이 대표는 "릴리 연구진이 1년 넘게 우리 플랫폼을 직접 가져가 자기 손으로 검증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유전성 난청 분야 파트너로 최종 선택했다"며 "유전자 발현을 과도하게 올리지 않으면서도, 환자마다 다른 돌연변이를 하나의 치료제로 교정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글로벌 RNA 교정 분야에서 임상 단계에 진입한 기업은 알지노믹스, 웨이브 라이프사이언스, 애시디안 등 3곳에 불과하며, 이들 모두가 릴리·GSK·로슈 등 빅파마와 플랫폼 기반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또한 알지노믹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으로부터 국가전략기술 제1호 기업 및 국가전략기술 보유·관리기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 RNA 치환효소 기반 교정 플랫폼은 과기부가 신설한 '초격차 기술특례 상장' 트랙의 첫 사례로, 상장이 완료되면 국가전략기술 보유기업 중 초격차 특례 상장 1호 기업이 된다.이 대표는 "알지노믹스는 플랫폼 기술 확산, 핵심 파이프라인 상용화, 지적재산권(IP) 기술이전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임상과 적응증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장기적으로는 자체 브랜드 유전자치료제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알지노믹스는 이번 코스닥 상장에서 신주 206만 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주당 1만7000원~2만2500원으로, 공모예정금액은 350억~464억 원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2341억~3098억 원 수준이 예상된다. 수요예측은 11월 27일부터 12월 3일까지, 일반 청약은 12월 9~10일, 상장 예정일은 12월 18일이다. 주관사는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