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암 치료 새 전기 … '광응답제 코팅 스텐트'로 한계 극복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식도암 치료의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스텐트 기반 반복 광역학 치료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광응답제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대신 스텐트 표면에 직접 코팅하고, 스텐트 중앙에 레이저 전용 통로를 만들어 필요할 때마다 광섬유를 삽입해 반복 조사하는 방식이다. 치료 범위를 넓히면서도 합병증을 최소화해 식도암 중재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신기술로 평가된다.

3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광역학 치료(PDT)는 광응답제에 특정 파장의 레이저를 비춰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치료법이다. 기존 방식은 전신 투여로 국소 치료가 어렵고 레이저 전달 각도, 거리 변화로 빛의 세기가 일정하지 않으며 치료 후 수주 내 재증식이 나타나는 등 치료 깊이·지속성의 한계가 뚜렷했다.

연구팀(융합의학과 박정훈·소화기내과 김도훈 교수)은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스텐트 자체를 '광응답제 전달·레이저 조사 플랫폼'으로 재해석했다. 

스텐트 표면에 광응답제(AlPcS4)를 균일하게 코팅하고 내부에 투명 원통형 레이저 통로를 구축해 병변과의 거리·각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전신 노출 없이 국소부위에 고정된 강도의 빛을 반복적으로 조사할 수 있게 됐다.

돼지 식도 모델 실험에서 반복 치료 횟수가 늘어날수록 암세포 사멸 속도가 빨라졌으며, 기존보다 깊은 식도 점막하층까지 치료 범위가 확장되는 효과가 관찰됐다. 괴사나 광독성에 의한 조직 손상은 최소 수준이었으며, 스텐트 관련 합병증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또한 스텐트는 양 끝단을 카테터에 고정하는 구조로 설계돼 치료 직후 바로 회수할 수 있다. 이는 장기간 거치 시 발생할 수 있는 천공·출혈 위험을 근본적으로 낮추고, 필요한 순간마다 스텐트를 다시 삽입해 국소 치료를 반복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을 크게 줄인다.

박정훈 융합의학과 교수는 "이번 기술은 병변이 짧은 조기 식도암뿐 아니라 여러 부위에 병변이 존재하는 다발성 식도암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최소침습 치료 전략"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김도훈 소화기내과 교수는 "스텐트 기반 반복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은 유효성과 지속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임상적 진전"이라며 "향후 환자 삶의 질 개선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Biomaterials Research(IF 12.5)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