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대책에도 고가주택 상승세…강북 매수세 줄어 '양극화'비규제 동탄·구리 풍선효과에 '들썩'…거래량↑·신고가 행진국토부 장관 "규제지역 확대·축소 검토"…전문가 "신중해야"
  •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ㆍ광진 등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ㆍ광진 등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정부의 '10·15부동산대책'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지역 집값은 잡지 못한 채 강북권 중저가 아파트 거래만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인근지역으로 가격 상승세가 번지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3중 규제'를 일괄·획일 적용했지만 집값 상승을 막지 못하고 있다. 이에 김윤덕 국토부장관이 대책 발표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규제지역 확대와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정책 일관성과 신뢰성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강남3구, 한강벨트 등 핵심지역 집값 급등세가 다른 곳으로 번져 나가는 것을 막겠다며 '초광역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최근 시장상황을 보면 정부규제는 오히려 강남 쏠림을 부추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시행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서울에서 계약 체결된 강남3구 아파트 매매건수를 분석한 결과 351건중 247건(70%) 거래가격이 토허구역 시행 전보다 올랐다. 이중 대다수는 신고가 거래로 확인됐다.

    실제 강남지역 주요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경신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114㎡가 63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아울러 지난 30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와 이달 4일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59㎡ 경우 각각 36억9000만원과 31억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에 매매가 이뤄졌다.

    정부가 10·15대책을 통해 2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설정했음에도 강남3구 고가 아파트의 경우 대책 영향을 거의 받고 있지 않는 셈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강남3구의 경우 기존부터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받으면서 대출 의존도가 낮은 현금부자 중심 시장으로 적응을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거래량도 보면 송파구는 10·15대책 이전 224건에서 규제 이후 197건으로 12%, 강남구는 105건에서 63건으로 40% 감소했지만 규제지역 전체 감소폭 73%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초구 경우 거래량이 56건에서 57건으로 증가해 오히려 2% 늘었다.

    집값 상승세가 뚜렷한 '한강벨트'의 마용성과 목동 일대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중인 양천구도 10·15대책 이후 상승거래가 여전했다. 매매 계약 3건 가운데 2건이 상승 거래로 집계됐다.

    마용성 일대는 토허구역 시행 후 총 23건이 거래됐는데 이중 15건(65%)이 상승, 8건이 하락 거래였다. 상승 비율은 65%였다. 목동의 경우 32건 중 22건(68%)이 상승 거래로 나타났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된 노도강 등 강북권과 금천·구로구 등 서남권 아파트 경우 거래가 사실상 멈췄다. 급매 위주로 거래되는 탓에 거래량도 줄고 가격은 내림세가 뚜렷한 모양새다.

    같은 기간 강북권과 서남권 거래건수는 △구로 7건 △중랑 5건 △은평 4건 △금천 4건 △도봉 4건 △관악 2건 △성북 1건 등 27건에 그쳤다. 상승거래는 이중 11건으로 전체 40%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 집값 격차가 최대치로 벌어졌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를 보면 10월 상위20%(5분위) 아파트 평균가격은 5개월 만에 3억원이상 오른 33억4409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하위20%(1분위) 아파트 평균가격은 4억9536만원으로 나타났다.
  • ▲ 노원구 수락산역 인근 한 부동산에 급매 안내문이 여럿 붙어 있다.ⓒ연합뉴스
    ▲ 노원구 수락산역 인근 한 부동산에 급매 안내문이 여럿 붙어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우려했던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구리와 동탄을 중심으로 아파트값과 거래량이 빠르게 상승했다. 

    구리시는 10월 3주 0.10%였던 매매가격 상승률이 10월 4주 0.18%, 11월 1주에는 0.52%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는 133건에서 187건으로 41% 급증했다. 

    화성 동탄신도시 또한 10월 들어 거래량이 561건에서 890건으로 59% 늘었으며 단기간에 수억원씩 오르는 신고가 행진이 이어졌다.

    실제로 동탄신도시 대장 아파트인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달 20일 16억9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동탄역 인근 청계동 '더샵센트럴시티' 전용 97㎡도 지난달 23일 15억15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쏟아지는 수요에 집주인들 또한 호가를 일제히 올렸다. 오산동, 청계동 등 동탄역 인근 단지 아파트 호가는 규제 이후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이외에도 규제지역을 비껴간 수원 권선구는 10월 3주 0.04%, 10월 4주 0.08%, 11월 1주 0.13%로 상승폭이 확대됐고 안양 만안구(0.25%)와 용인 기흥구(0.21%) 등도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을 시장 상황에 따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현재 화성이나 구리 지역은 풍선효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며 "일부 지역의 규제 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책효과가 미미한 가운데 정부가 일관성과 정교함을 유지하지 못하면 시장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규제지역 지정 당시 강남 주요지역과 강북권은 시장 상황이 확연히 달랐는데도 일괄적으로 묶었다"며 "지역별 여건과 주민 의견을 반영한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문재인 정부 때 규제지역 확대가 오히려 시장왜곡과 풍선효과를 초래했다"며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다르지만 여전히 실수요자들이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어 확대·축소 모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