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관상동맥 병변에서 스텐트가 '얼마나 잘 펴졌는지'가 환자의 1년 예후를 크게 가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광간섭단층촬영(OCT)을 활용해 스텐트 확장, 밀착, 혈관 손상 여부를 정밀하게 조정하면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약 70%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이승준 교수 연구팀은 OCT 기반 스텐트 최적화가 복잡 관상동맥 환자의 1년 주요 심혈관 사건을 크게 줄였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 IF 35.7)'에 게재됐다.
관상동맥중재술은 급성심근경색이나 협심증 치료의 표준 절차지만, 병변이 길거나 석회화됐거나 분지부·좌주간부처럼 형태가 복잡해지면 시술 난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이 때문에 혈관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혈관내초음파(IVUS)나 OCT가 보조 도구로 활용된다. 특히 OCT는 해상도가 높아 스텐트와 혈관벽 사이의 미세한 틈이나 내막 손상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는 '어느 정도 확장되고 밀착돼야 최적화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했다. 연구팀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복잡 병변 환자 773명을 대상으로 OCT 가이드 아래 시술한 후, 스텐트가 기준을 충족한 '최적화군'과 충족하지 못한 '비최적화군'으로 나눠 1년 예후를 비교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최적화 기준은 충분한 스텐트 확장, 혈관벽과의 완전한 밀착, 의미 있는 혈관 박리 없음 등 세 가지 요소다. 이 기준을 충족한 최적화군의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은 2.9%로, 비최적화군(9.4%)보다 현저히 낮았다. 위험비는 0.3으로 약 70%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OCT를 사용하지 않고 혈관조영술만 시행한 환자군(7.5%)과 비교해도 우수했다.
스텐트가 충분히 펴지지 않았거나 혈관벽에서 400㎛ 이상 떨어져 있거나 주요 박리가 남아 있을 경우 사건 발생률이 높았다. 병변의 길이가 길고 혈관 직경이 작을수록 최적화가 어려운 점도 확인돼 고난도 병변일수록 OCT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김병극 교수는 "스텐트 시술에서 의료진이 어떤 수치를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연구"라며 "확장, 밀착, 박리 여부가 각각 독립적으로 예후와 연관된 만큼 OCT 기반의 표준 지침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복잡 병변 시술에서 '정밀함'이 곧 예후라는 점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사례로, 향후 개인 맞춤형 시술 전략 확립에 기초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