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현황 파악 후 검사 예정"이지스 "주주간 거래 언급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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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정보가 중국계 자본에 유출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 부동산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과정에서 중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측에 국민연금 위탁 자산 관련 정보가 전달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즉각 반발하며 위탁 자산 회수를 추진하고 있고, 매각은 파국 직전에 놓였다. 금융감독원 역시 M&A 과정에서 발생한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 이후 위법 여부가 확인되면 제재 절차가 이어질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재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과정에 대한 사실 관계를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은 현황을 파악하는 단계"라며 "법령 위반 여부는 검사 이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은 "주주 간 거래라 회사가 세부 사안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금감원으로부터 별도의 통보를 받은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논란은 최근 매각 절차에서 인수 후보들에게 국민연금 자산 정보가 제공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발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전날 투자위원회를 열고 이지스에 맡긴 자금 전액 회수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미 이지스 경영진을 불러 관련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이 이지스에 위탁한 자금은 약 2조원, 시장 평가액은 7조~8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번 사안이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정보 유출과 중국발 해킹 이슈가 올해 내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쿠팡 해킹, 채용 플랫폼 개인정보 유출, 캄보디아 불법 조직 사건 등 중국계 조직이 연루된 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연금 정보까지 중국계 자본에 넘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장과 여론의 불안감은 한층 높아졌다.

    이지스 매각 절차도 처음부터 매끄럽지 않았다. 본입찰 전만 해도 인수전은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의 '토종 2파전'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막판에 중국계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판이 뒤집혔다. 힐하우스는 텐센트·바이두 초기 투자자로 널리 알려진 중국계 자본이며, 설립자 역시 중국 허난성 출신이다. 이들은 약 8000억원으로 평가되는 회사를 무려 1조1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시하며 경쟁 구도를 바꿔놓았다.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장레이(Lei Zhang)가 2005년 홍콩에서 설립한 글로벌 투자사로, 예일대 기금의 초기 출자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텐센트 등 중국 기술기업에 초기 투자를 집행하며 실적을 쌓았고, 현재 싱가포르·홍콩·베이징·상하이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인수가격 경쟁이 아니다. 이지스는 부산항 신항 부두 개발, 전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 등 국가 핵심 인프라와 직결된 사업을 수행하는 주요 운용사다. 이런 회사가 중국계 자본에 넘어갈 경우 국가 인프라 정보와 연기금 운용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강경 대응이 기름을 부었다.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이 이지스에 투자한 금액은 6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은 "사전 동의 없이 일부 펀드 정보가 외국계 원매자에게 공유됐다"는 점을 문제 삼아 출자금 전액 회수에 착수한 상황이다. 

    또 다른 변수는 본입찰에서 탈락한 흥국생명의 반발이다. 흥국생명은 "매각 측이 경매호가식 입찰을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말을 뒤집었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가처분 신청과 민·형사 소송도 검토 중으로, 업계에서는 "인수에 실패한 기업이 즉각 법적 절차에 돌입하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설령 힐하우스 인수가 성사된다 해도 마지막 관문인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남아 있다. 과거 중국 안방보험의 ABL생명 인수를 둘러싼 여론과 규제 충돌 사례처럼, 지금과 같은 개인정보·해킹 불안이 고조된 시점에서는 여론이 심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