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환자 비중 높아도 장기 생존율 세계 최고 수준숙련된 수술·다학제 중환자 관리 결합이 성과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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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아산병원이 말기 폐부전 환자에게 시행한 폐이식 수술이 300례를 넘어섰다. 기계적 환기나 에크모(ECMO)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중증 환자가 대부분이었음에도 이식 후 5년 이상 생존한 환자가 5명 중 3명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 성적을 기록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은 뇌사자의 폐를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폐이식 300례를 달성했다고 15일 밝혔다. 300번째 환자는 간질성 폐질환으로 폐가 딱딱해져 호흡 곤란을 겪던 60대 남성으로, 수술 후 중환자 집중관리와 전문적인 호흡 재활 치료를 거쳐 현재 안정적으로 회복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2008년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뇌사자 폐이식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국내 최초로 생체 폐이식에도 성공했다. 현재까지 뇌사자 폐이식 299건, 생체 폐이식 1건을 시행했으며, 2019년 이후에는 연평균 30건 이상의 폐이식 수술을 지속하고 있다.

    수술 건수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이식 후 생존율이다. 서울아산병원의 폐이식 환자 중 약 66%는 장기간 인공호흡기나 에크모 치료를 유지하던 중증 환자였음에도, 이식 후 생존율은 1년 76.5%, 3년 67.9%, 5년 64.2%, 7년 60.5%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가 집계한 전 세계 폐이식 센터 평균 생존율(1년 85%, 3년 67%, 5년 61%)과 비교해, 환자 중증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이상 장기 생존율에서 오히려 앞선 성적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이 집계한 국내 평균 생존율(5년 49.6%)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폐이식은 다른 장기이식에 비해 난도가 높다. 뇌사자 기증이 적어 대기 기간이 길고, 외부 공기에 직접 노출되는 장기 특성상 감염과 거부반응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폐이식은 전통적으로 생존율이 낮은 장기이식으로 꼽혀왔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러한 한계를 유기적인 다학제 시스템으로 극복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집도의의 풍부한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호흡기내과, 마취통증의학과, 감염내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장기이식센터, 중환자실, 병동 의료진이 하나의 팀을 이뤄 환자 중심의 집중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식 후에는 면역억제제 복용을 세밀하게 조절하고, 체계적인 호흡 재활을 병행해 장기 생존과 삶의 질을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2017년 국내 최초로 생체 폐이식에 성공하며 제도 개선에도 기여했다. 특발성폐고혈압을 앓던 20대 환자가 부모의 폐 일부를 이식받아 회복한 사례를 계기로, 건강한 사람의 폐 일부를 이식할 수 있도록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됐다.

    폐이식 환자 300명 가운데 남성은 192명(64%), 여성은 108명(36%)이었다. 연령대는 60대가 가장 많았으며, 원인 질환으로는 특발성폐섬유증이 최다였다.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으로 심각한 폐 손상을 입은 환자도 13명 포함됐다.

    300번째 수술을 집도한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 교수는 "과거에는 폐이식 생존율이 다른 장기에 비해 낮았지만, 현재는 이식 환자 5명 중 3명이 5년 이상 생존할 만큼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며 "서울아산병원의 치료 성과는 세계 유수 폐이식 센터들과 비교해도 앞선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폐이식 300례 달성은 의료진의 숙련된 수술 경험과 다학제 기반 중환자 집중관리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말기 폐부전 환자에게 새 삶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